예당온라인 부스는 떠들썩했다.

아이돌스타 원더걸스가 무대에 오르자 관람객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뒤쪽에서는 관람객들 뒤통수만 보일 뿐 원더걸스는 보이지도 않았다.

30분쯤 지나자 전시장 모퉁이 무대가 요란해졌다.

네 명의 젊은이들이 타악기 공연을 하고 있었다.

공연장 얘기가 아니다.

10일 오후 고양 킨텍스에서 본 게임 전시회'지스타 2007' 모습이다.

공연을 보고 나서 새로운 게임이 나왔나 보려고 전시장을 서너 바퀴 돌아다녔다.

그러나 다리만 아팠다.

'리니지류'의 괴물 때려잡는 게임,'카트라이더'를 닮은 레이싱게임 등 많이 본 듯한 게임 일색이었다.

주요 업체가 대거 불참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실망스러웠다.

소프트뱅크 미디어랩 류한석 소장 얘기가 과언이 아닌 듯 했다.

류 소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 인터뷰에서 "IT(정보기술) 벤처 창업이 최악"이라고 단언했다.

또 "투자하고 싶어도 투자할 만한 벤처가 없다"고 했고 "도전정신이 완전히 실종됐다"고 했다.

게임 업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전시장이 공연장으로 탈바꿈한 것은 보여줄 게 없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필자가 정보통신부를 출입하던 7,8년 전에는 딴판이었다.

새로운 것을 개발했다며 정통부 기자실을 찾아오는 벤처기업인이 끊이지 않았다.

IT 업계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듣다 보면 업계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날마다 확인할 수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 다다월드를 꼽을 수 있다.

어느날 다다월드 가상현실 커뮤니티에 들어갔다가 광운대 교수인 신유진 사장을 만났다.

신 사장은 기자를 가상공간 이곳저곳으로 데리고 다니며 설명했다.

가상공간을 분양하겠다는 신 사장 말이 믿기지 않아 이튿날 대학로 사무실을 찾아가 만났다.

그는 "가상세계에서는 국토를 무한정 넓힐 수 있다"며 열변을 토했다.

류 소장 말은 이런 도전정신이 실종됐다는 얘기일 것이다.

사이버 공간을 팔아먹겠다는 봉이 김선달식 아이디어는 수년 후 미국에서 세컨드라이프로 구체화됐다.

게임 전시장에서는 IT업계에서 김선달 같은 괴짜가 사라졌다는 사실만 확인할 수 있었다.

도전정신은 왜 사라졌을까.

류 소장은 '석세스 스토리(success story)',즉 성공사례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IT업계가 '이노베이터 딜레마'(혁신으로 성공한 뒤 새로운 혁신을 주저하는 현상)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IT업계 기업인들은 여러 가지 핑계를 댄다.

국내 시장이 너무 좁고,영어에 서툴러 해외시장 개척도 여의치 않고….

이들이 마지막에 꼭 끼워넣는 게 있다.

정부 의지가 예전같지 않다는 점이다.

'IT 거품'을 만들어낸 DJ정부 초기처럼 해달라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 같아선 기업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고 말한다.

어느 사장은 "게임산업진흥법을 고쳐 게임업계 목을 조르는 정부에 무얼 기대하겠느냐"며 "게임산업진흥법이 아니라 게임산업규제법"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지스타 2007 전시회 개막식에는 주최 측인 문화관광부에서 장관이 나오지 않았다.

사정이 있었겠지만 게임업계를 살릴 마음이 있다면 모든 걸 팽개치고 나왔어야 하지 않았을까.

게임업계로서는 10일 오후 전시장을 찾은 김문수 경기지사가 오히려 고맙게 여겨졌을 게다.

김광현 IT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