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ㆍ경영전문 석사)를 꿈꾸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1~2년의 교육과정을 마치면 연봉도 높아지고 원하는 직장을 찾아 이직하는 것도 수월하기 때문이다.

불과 2년여 전만 해도 MBA스쿨(경영전문대학원)이라고 하면 하버드 와튼 등 해외 대학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았다.국내에서 MBA 학위를 주는 대학의 수가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국개발연구원(KDI) 성균관대 세종대 경기대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 등 6곳에 불과했기 때문이다.여기에다 한국 MBA스쿨은 수준이 떨어진다는 고정관념도 해외 MBA스쿨 선호 현상을 부추겼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2006년부터다.교육인적자원부가 한국형 MBA스쿨 사업을 시작하면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이화여대 한양대 숙명여대 중앙대 동국대 전남대 한국정보통신대(ICU) 등 11개 대학이 MBA스쿨 인가를 받았다.MBA 학위를 딸 수 있는 학교의 수가 17개까지 늘어나 학교 선택의 폭의 넓어진 것.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프로그램의 수준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프로그램의 질이 떨어진다는 소문이 퍼지면 바로 미달 사태가 발생하기 때문에 외국인 교수를 채용하고 해외 MBA스쿨과의 복수 학위 과정 체결을 서두르는 학교가 많아진 것.

국내 MBA스쿨이 해외 MBA스쿨보다 확실한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부문은 비용이다.해외 대학에서 MBA를 획득하려면 학비와 체재비를 포함해 1억5000만원에서 최고 4억원가량 든다.하지만 해외 대학 MBA를 획득하고 귀국하더라도 더 받는 연봉은 세계 'TOP 10'에 드는 MBA스쿨 졸업자가 아닐 경우 2000만~3000만원 선에 불과하다.해외 학교에 지급한 학비와 체류비,여기에 학위 준비 때문에 월급을 받지 못한 것 등을 더 오른 임금을 통해 뽑으려면 10~15년 이상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비해 국내 대학 MBA스쿨은 가격 및 시간 대비 효용 측면에서 매력적이다.등록금이 비싼 편인 서울대 MBA의 수업료도 연간 4000만원 선에 불과하다.서울대 고려대 등 유럽식 1년 프로그램에 지원하면 학위 취득에 걸리는 시간도 짧다.반면 서울대, KAIST, 성균관대 등 명문 MBA스쿨을 기준으로 한 졸업 후 연봉 상승폭은 세계 20~30위권 MBA스쿨 졸업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투자한 비용이 적은 만큼 3~4년이면 '본전'을 뽑을 수 있다.

KAIST 경영대학이 지난 2월 '테크노 MBA과정' 졸업생 98명을 대상으로 입학 전 연봉과 졸업 후 연봉을 비교한 결과 평균 5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액으로 보면 테크노 MBA 출신들의 입학 전 연봉은 평균 3612만원이었으나 졸업 후에는 5237만원으로 1.5배가량 오른 것.연봉이 가장 많이 오른 졸업생의 경우 입학 전 4600만원에서 졸업 후에는 1억2800만원으로 178%나 치솟았다.이 대학 MBA 출신들의 입학 전 연봉 대비 졸업 후 연봉 증가율은 2005년 22.7%,2006년 39.2%,2007년 53% 등으로 최근 3년간 지속적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8월 졸업한 성균관대 경영대학원(SKK GSB) 1기 졸업생들도 입학 전과 졸업 후의 연봉을 비교한 결과 평균 55%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입학도 해외 MBA스쿨에 비해 용이한 편이다.국내 MBA스쿨은 해외 MBA스쿨과는 달리 영어와 사고력을 측정할 수 있는 시험인 GMAT를 반영하지 않는다.이 시험은 준비가 까다로워 대학생들은 3~4개월,직장인들은 6~12개월가량을 투자해야 고득점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MBA스쿨에 들어가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학교별 특징을 잘 살펴야 한다.특정 분야의 전문지식과 함께 경영 전반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독특한 과정을 개설하고 있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중앙대는 중국,숙명여대는 요리,ICU는 IT,한양대는 금융 분야에 특화한 MBA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해외 대학과의 연계 프로그램이 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서울대는 듀크대,성균관대는 MIT 등과 공동 학위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같은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비교적 손쉽게 해외 MBA를 딸 수 있다.

MBA스쿨의 특징 파악은 대학 홈페이지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대학 홈페이지에는 △입학 일정과 유의사항 등을 비롯한 입학 절차 △예상 수업료 △교수진 △재학생의 구성과 이들의 다양한 활동 현황 △기업과의 관계 △졸업생들의 취업 현황 등에 대한 정보가 나와 있다.지난 학기에 미달 사태를 빚었거나 평가가 좋지 못한 대학은 피하는 것이 좋다.관심이 있는 학교가 추려지면 입학 담당자(admission director)에게 이메일이나 전화로 직접 문의해 추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