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한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경기 남양주시 덕소리 H아파트 주민들이 "일조권과 조망권을 침해당했다"며 인근에 신축 중인 D아파트 건설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건설사는 김모씨 등 41가구에 100만∼25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H아파트 주민들은 1999년 D건설이 인근에 아파트 공사를 시작하자 일조권과 한강을 바라볼 수 있는 '경관 조망권' 및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천공 조망권'이 각각 침해돼 아파트 시가가 가구별로 1426만∼2170만원 하락했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동지일을 기준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사이의 6시간 중 일조시간이 연속해 2시간 이상 확보되지 않았거나 △오전 8시에서 오후 4시 사이의 8시간 중 일조시간이 통틀어서 최소한 4시간 이상 확보되지 못한 41가구의 일조권 침해만 인정하고 조망권은 아예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항소심인 서울고법은 '조망 침해 및 개방감 상실'도 시가 하락에 반영된 만큼 이를 포함해 손해배상액을 산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서울고법은 "거실창 면적에서 하늘이 보이는 면적 비율을 의미하는 천공률 침해에 따른 압박감과 폐쇄감을 의미하는 '조망 침해 및 개방감 상실'은 일조가 침해되면 당연히 그에 수반된다는 점에서 이로 인한 시가 하락분도 통상 손해의 범위에 속한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이를 받아들여 "아파트 시가 하락 금액을 산정할 때 일조 침해로 인한 시가 하락액뿐 아니라 개방감 상실로 인한 시가 하락액을 아울러 고려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원고 측을 대리했던 이승태 법무법인 이우 변호사는 "경관 조망권이나 일조권이 아니고 하늘을 볼 수 있는 '천공 조망권'을 보호받아야 할 권리로 인정한 첫 판결"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은 "한강을 볼 수 있는 등 특별한 '조망이익'의 침해가 아니라 '시야 차단에 의한 개방감 상실과 압박감 증대'를 손해배상액 산정에 고려할 수 있다는 판결"이라며 "일조권이 보장되고 있다면 건물압박감 증대만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인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