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내리기 전에 산 소비자 불만 달래기

'실망시킨데 대해 사과드립니다.'

애플의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잡스가 6일(현지시간) 기존 '아이폰' 구입자들에게 사과했다. 회사 웹사이트에 올린 '모든 아이폰 고객들에게'라는 공개 서한에서다. 잡스는 지난 5일 8기가바이트(8GB) 아이폰 가격을 599달러에서 399달러로 200달러 내린 데 대해 이미 아이폰을 산 고객들의 불만이 쏟아지자 하루 만에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사죄하는 마음으로 가격을 내리기 전에 구입한 모든 고객들에게 100달러 짜리 애플 상품권을 주겠다고 밝혔다. 가격하락이 심한 전자제품업계의 특성상 신제품 값을 내렸다고 이전 구매자에게 보상을 해주는 건 아주 이례적이다.

애플이 아이폰을 팔기 시작한 지난 6월29일 이후 불과 2개월여 만에 값을 파격적으로 내리자 이전 구입자들은 "우롱당했다"며 불만을 쏟아 놓았다. 불만은 잡스의 이메일을 통해서도 전달됐다. 잡스는 "항의 이메일을 수백통 받았다"며 "모든 이메일을 하나씩 읽은 후에 기존 구매자들을 위한 100달러 보상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잡스가 아이폰 가격을 두 달 만에 내린 것이 잘못됐다고 인정한 건 아니다. 그는 "하반기 세일시즌을 앞두고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아이폰 가격을 내리기로 한 결정이 옳았다는 것을 여전히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전자업계에서는 항상 값이 싸고 성능이 우수한 제품이 새로 나온다"며 "성능이 뛰어난 새 모델을 기다리거나 값이 떨어지기를 기대하고 기다리다간 신제품을 영원히 살 수 없는 것이 업계의 현실"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말하자면 값을 내린 결정은 정당하지만 애플을 믿고 초기에 아이폰을 구매한 고객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보상조치를 취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지난달 아이폰을 구입한 크리스토퍼 커처는 "절대적으로 옳은 결정"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애플은 가격인하 조치를 발표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구입한 고객에게는 200달러를 현찰로 환불해 주기로 했다. 그 이전에 구입한 고객들은 100달러 짜리 상품권을 받게 된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