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어제 산업기술보호위원회를 열어 전지·전자, 자동차 등 7개 분야 40개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 앞으로 이런 기술들을 매각, 이전 등의 방법으로 해외에 수출할 때는 정부의 통제(統制)를 받도록 했다.

예컨대 이번에 지정된 핵심기술들 중 정부 지원을 받은 경우는 사전 수출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고, 민간이 자체적으로 개발했다고 해도 국가안보에 심각한 영향이 있다고 우려되면 수출중지, 수출금지, 원상회복 등 사후조치를 정부가 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이렇게 나선 배경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최근 들어 핵심기술을 불법적으로 빼돌리기 위한 시도들이 부쩍 늘고 있는 데다 합법을 가장한 기술유출도 적지 않다고 보고 한마디로 정부가 핵심기술을 직접 관리하겠다는 얘기다.

기술유출 수법이 갈수록 첨단화·지능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대응책을 만든 정부 입장도 전혀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식의 대응으로 인해 초래될지도 모를 부작용들을 생각하면 너무 행정편의주의적으로만 정부가 접근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는 게 우리 판단이다.

우선 합법적이고 정상적인 기업활동까지 제약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기술수출이 무역의 한 패턴으로 자리잡고 있는 데다 기술이전을 동반한 공장건설, 합작투자 등 해외투자가 빈번해지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특히 그렇다.

정부는 민간 자체개발 기술의 경우는 제한적으로만 원상회복 등 사후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런 조항이 있는 것 자체가 기업 입장에서 보면 또 하나의 규제다.

정부가 지원한 기술의 경우 사전승인 절차를 거치게 한 것도 간단히 생각할 일만은 아니다.

이로 인해 글로벌화되고 경쟁력있는 기업들이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할 유인(誘因)이 크게 저하되고, 자칫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내수용 기업들만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하는 이른바 '역선택 현상'이 빚어질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아직 기술도입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란 점을 망각해서도 안된다.

게다가 지금은 특정 기술만으로 시장을 장악하기 어려운 융합의 시대, 외부자원을 적극 활용하는 개방형 시스템의 시대다.

자칫 기술보호주의 이미지를 잘못 심어놓을 경우 국가적으로 실(失)이 더 클 수도 있다. 정부는 이 모든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