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나라 왕실의 여인들은 임신한 뒤에 나쁜 색을 보아도 안 되고 나쁜 소리를 들어도 안 되며 나쁜 말을 해서도 안 됐다.

잘 때는 반듯하게 눕고 모서리에 앉지 않으며 매일 시를 읊었다.

주 왕실은 이러한 태교를 통해 태어난 아이라야 마음이 바르고 재능도 뛰어나다고 믿었다.

태교를 최초로 체계화한 것이다.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명 태조 주원장은 태자들의 학교인 대본당을 짓고 전국의 유학자들을 불러 선생으로 삼았다.

그의 아들 성조는 자신이 세운 업적을 2세가 지킬 수 있도록 '성학심법'을 직접 편찬하기도 했다.

중국 황실의 자녀교육을 다룬 '중국의 황태자 교육'(왕징룬 지음,이영옥 옮김,김영사)에는 주나라부터 청나라에 이르기까지 3000년간의 황실 교육 일화들이 담겨 있다.

황실 태교부터 사서삼경 등의 고전학습,말타기나 활쏘기 같은 체력단련,악기 연주를 통한 감성훈련,천하경영의 지혜를 얻는 황실경연까지 엄격한 황실교육의 시스템을 밝힌 것.주요 내용은 황제,스승,태자의 삼각 구도로 구성돼 있다.

중국 황태자들은 4~5세에 한자교육을 받았고 7~8세부터 '효경' '시경' '논어' '예기' 등을 읽었다.

이후에는 '상서' '춘추' '역경' 같은 어려운 책을 독파하면서 통치자로서의 인품을 익혔다.

예체능 교육도 세게 받았다.

이들을 가르친 스승 중에는 중국 교육계의 성인으로 추앙받는 주공도 있었다.

그는 주 무왕이 죽은 뒤 어린 성왕을 교육시키면서 직접 훈계할 수 없어 자신의 아들을 공부 친구로 삼아 대신 꾸짖었다.

주원장의 태자 주표는 존경하는 스승 송렴이 역모에 휘말리자 강물에 몸을 던져 스승을 구제했고 남제의 문혜태자와 양나라의 소명태자는 뛰어난 학문과 덕성으로 스승의 은혜에 보답했다.

그러나 모든 교육이 잘 된 것은 아니었다.

청나라 도광제가 아끼던 태자 혁위는 공부에 관심이 없었고 배우는 속도도 느렸다.

어느날 스승이 열심히 공부해야 황제가 될 수 있다고 충고하자 "황제가 되면 너부터 죽이겠다"며 화를 냈다.

이 말을 전해들은 도광제는 다짜고짜 아들을 걷어찼고 아들은 며칠 뒤 죽고 말았다.

청나라 강희제는 태자 윤잉에게 일찍부터 글을 가르치고 책을 읽어주면서 공부를 '강요'했으나 공부를 '의무'로 생각한 윤잉이 나중에 주지육림에 빠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

결국 윤잉은 폐위됐다.

당태종의 태자 이승건은 최고의 사부 집단을 거느렸으면서도 방탕의 길을 피하지 못했다.

진시황이 궁중 환관에게 교육을 맡기는 바람에 태자가 패륜과 살인을 밥먹듯 하며 악의 구렁텅이에 빠진 비극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344쪽,1만4000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