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를 해 본 사람은 살빼기의 고통을 안다.

인내와 절제만이 성공에 이르게 한다.

그러나 더 쉬운 방법으로 살을 빼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이 때문에 비만에 관해서는 특정인의 다이어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속설이 난무한다.

잘못 알려진 비만 의학 상식을 짚어본다.


▷물만 마시는데 살이 찐다?


물을 많이 마시면 오히려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된다.

대다수가 자신이 소비하는 것보다 많은 양의 열량을 군것질이나 음료 등으로 섭취하고 있음을 간과한 탓이다.

그러나 실제로 아침은 굶고 점심은 빵과 과자로 때우면서 저녁은 보통 사람과 비슷하게 먹는 데도 살이 찌는 경우가 있다.

인체는 비상 시 열량 소모를 최대한 억제하고 에너지를 절약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이것이 습관이 되면 몸에는 기운이 하나도 없지만 체중은 점점 증가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한다.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이 필요하다.


▷식사 전후에 물을 마시면 살찐다?


살이 찌지 않으려면 식사 30분 전과 식후 1시간 사이에는 물을 먹지 말라는 얘기가 있다.

물이 당과 지방을 위벽과 소장벽으로 끌고 들어가 흡수율이 높아진다는 논리다. 이는 주로 일본에서 전해져온 속설로 식사할 때 물을 먹는 시간대와 양이 체중조절에 영향을 미친다는 과학적인 근거는 찾아볼 수 없다.


▷남자의 복부비만이 여자의 하체비만보다 위험하다?


그렇다.

남성은 잉여지방이 주로 복부(윗배)에 쌓이는 반면 여성은 폐경전까지는 여성호르몬의 덕택으로 잉여지방이 주로 엉덩이 허벅지 아랫배 유방에 자리잡는다.

남자는 지방이 주로 간과 소장 등 내장사이에 끼지만 여자는 폐경 이전 피부 아래에 쌓이다가 폐경 이후 점차 복부 비만이 된다.

내장 지방은 방치하면 고지혈증 당뇨병 지방간 고혈압 뇌졸중 심장병을 일으키고,복압을 상승시켜 위산식도역류 기능성소화불량 신경인성방광(요실금의 일종)을 초래하므로 피하지방보다 훨씬 건강에 해롭다.


▷셀룰라이트는 보기 흉한 만큼 위험하다?


피부 밑 지방세포에 지방이 과다 축적돼 피부가 울퉁불퉁한 오렌지 껍질처럼 보이는 게 셀룰라이트다.

주로 배 허리 허벅지 무릎 팔 위쪽에 생긴다.

비만이 아니어도 나타나는데 여성은 남성보다 발생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여자의 피부가 남자보다 얇기 때문이다.

심각한 질병을 일으키는 경우가 거의 없어 피부 미용상의 문제로 보는 게 옳다.

엔도몰로지 등 많은 치료법이 있으나 효과는 미미하다.


▷특정부위만 빠지는 운동방법 효과 있다?


얼굴살은 안 빠지고 복부 허벅지 허리의 살만 빠지는 운동을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다리 엉덩이 아랫배 윗배 가슴 얼굴 순서로 살이 붙고 운동과 다이어트로 체중 감량할 때에는 역순으로 얼굴부터 다리 순서로 살이 빠진다.

특정부위만 집중적으로 운동한다고 해서 그 부분만 살이 빠지는 경우는 없다.

다만 해당부위 근육을 발달시켜 체형교정에 도움이 될 수는 있다.


▷땀과 열이 많이 나면 체중감량효과가 크다?


사우나와 찜질방에서 지나치게 땀을 빼면 탈수가 일어나고 근력이 감소하나 체지방이 감소하지는 않는다.

운동할 때 체온이 많이 올라간다고 해서 체지방이 더 많이 분해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원하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체온을 높이지 않고 장시간 운동을 지속하는 게 체중감량에 유리하다.


살빼려고 밥은 안먹고 고기만 먹는다?


일리 있는 말이다.

종래에는 지방을 무조건 줄이고 탄수화물 섭취를 60% 선으로 유지하라는 것이 다이어트의 정설로 통했다.

그러나 최근엔 탄수화물 섭취를 20% 이내로 낮추고 고단백질 식사를 하되 지방은 현상을 유지하는 수준으로 섭취하라는 저탄수화물 식사요법이 부상하고 있다.

예컨대 밥은 적게 먹고 닭가슴살이나 소고기 등심처럼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많은 음식을 늘려먹으라는 것.이런 식단은 중성지방을 낮추고 몸에 이로운 고밀도지단백(HDL)-콜레스테롤을 높이며 인슐린의 민감도(효율성)를 높여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동맥경화 등을 개선하는 것으로 연구돼 있다.

1년 이내의 단기적인 효과는 인정받고 있으나 그 이상의 장기적 안전성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저탄수화물 식사는 탈수 저혈당 두통 변비 구취 근육경련 요산증가 비타민결핍 등의 부작용이 있다.


강재헌 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