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경매 낙찰액 745억원…그림 장터 '아트페어' 성황

대규모 '아트펀드' 속속 등장…美ㆍ中등 해외진출 화랑도 급증

미술시장 열기가 뜨겁다.

박수근 화백의 1950년대 후반 유화작품 '빨래터'(37×72cm)가 지난 5월 서울옥션에서 열린 근·현대 및 고미술품 경매에서 45억2000만원에 팔리면서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는가 하면 이중섭 김환기 천경자 화백의 작품도 점당 수억원에서부터 수십억원까지 잇따라 낙찰되고 있다.

1년여 동안 작품값이 2배 이상 뛴 중견·신진작가도 수두룩하다.

미술품도 잘만 사면 돈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시중 유동자금이 미술시장으로 몰리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현재 국내 미술시장은 미술품 경매가 이끌어가고 있다.

양대 미술경매회사인 서울옥션과 K옥션의 7월 말 현재 총 낙찰액은 745억원(서울옥션 432억원·K옥션 313억원).

지난해 미술품 경매 매출총액 600억원(국내작가 해외경매 포함)을 이미 넘어섰으며,작년 같은 기간 210억원보다는 약 3.54배나 급증했다.

미술품 경매시장에 돈이 몰리자 6~7개의 경매회사가 새로 생기거나 출범을 준비 중이다.

가구수입업체 엠포리아가 설립한 D옥션이 오는 9월4일 첫 경매를 실시할 예정이고,건설업체 힐코리아도 온라인 경매회사 '아르 바자르'를 9월 말에 오픈할 계획이다.

또 전북 전주의 A옥션(Ace Art Auction)이 두 번째 경매를 지난달 27일 실시했고,대구MBC는 이달 말 경매 회사를 출범시킨다.

미술품을 대규모로 전시 판매하는 아트페어도 성황을 이루고 있다.

지난 5월9일부터 닷새 동안 열렸던 서울국제아트페어(KIAF)에서는 관람객이 작년에 비해 1.5배 이상 늘어난 7만명이 다녀갔다.

또 지난해 100억원에 머물렀던 작품 판매실적도 175억원대로 급증했다.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자 미술품에 투자해 수익을 거두는 이른바 '아트 펀드'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9월 표화랑과 굿모닝신한증권이 국내 최초의 아트 펀드인 서울명품아트펀드(75억원)를 선보였고,12월에는 박영덕화랑,인사갤러리 등 5개 화랑과 자산운용사 골든브릿지가 손잡고 '스타아트펀드(설정액 100억원)'를 판매했다.

또 지난 6월에는 박여숙 화랑이 한국투자증권과 함께 내놓은 8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 '서울 아트 사모특별 자산 2호'가 하루 만에 판매가 끝나며 시장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 밖에 카이스갤러리는 최근 '스타아트펀드 2호(설정액 60억원)'를 내놨다.

국내 미술시장 열기를 타고 국내 화랑들의 미국 중국 진출도 잇따르고 있다.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는 오는 11월 뉴욕 첼시에 지점을 열어 중국 작가 왕광이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중국 및 한국 현대미술을 집중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첼시에는 국제갤러리 이현숙 사장의 큰 딸인 티나 김(한국명 김태희)이 운영하는 '티나 킴 파인아트 갤러리'도 9월께 개관하며,내년 초에는 가나아트갤러리도 들어선다.

2005년 한국화랑 '이음'이 중국 베이징 다산쯔 지역의 798예술구역에 첫 입성한 이후 같은 해 12월에 아라리오 베이징이 지우창 지역에서 개관했고,지난해에는 '표 베이징','문 갤러리'가 지우창에,PKM갤러리가 베이징 차오창디 지역에 500평 규모의 전시공간인 'PKM 베이징'을 열었다.

올해 들어서는 갤러리 아트사이드와 금산갤러리가 4월과 5월에 차례로 798예술구역에 지점을 냈다.

또 카이스갤러리는 소더비와 크리스티의 아시아컨템퍼러리 경매가 이뤄지는 홍콩에 지난 4월 지점을 열었다.

이처럼 미술시장 열기가 달아오르자 주문이 밀려드는 일부 작가의 작업실은 '미술공장'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술계 일부에서는 비이성적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미술 전문가들은 "지난 10여년간 저평가된 작가들의 작품값이 회복되면서 일부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그렇다고 1995년처럼 시장이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내 미술시장 규모는 앞으로 2~3년 안에 1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