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자유무역협정) 시대 우리 기업이 외국 정부로부터 부당하게 무역 제재받는 것을 막는 파수꾼이 되겠습니다."

지난달 말 산업자원부 무역위원회 신임 위원장(차관급)에 위촉된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장(55)은 9일 "한국이 FTA 조류에 합류함에 따라 무역위의 역할과 위상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 벌어지는 외국기업의 불공정무역에 대한 제재 뿐 아니라 해외 통상지원활동까지로 무역위의 업무 범위를 대폭 넓히겠다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이 정당한 사유 없이 외국 정부로부터 반덤핑 관세를 부과받거나 수출금지 조치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사후 대응뿐 아니라 사전 예방에도 힘써야죠."

박 위원장은 외국 무역위원회와의 교류를 확대,인적 네트워크를 쌓고 외국이 특정 조치를 검토하는 단계부터 적극 설명하고 설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만난 대니얼 피어슨 미국 무역위원장에게서 '미국이 과거 한국 철강업체에 대해 무역구제 조치를 취한 뒤 한국 업체로부터 더 이상 덤핑하지 않고 협조하고 있다는 설명을 듣고 관련 조치를 중도에 철회한 적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박 위원장은 재임기간 3년 중 무역위가 '국제통상 무대에서 신뢰받는 심판'으로 평가받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불공정 무역이라고 판단되면 반덤핑 관세,세이프가드(일시 수입중지),상계 관세 등의 무역구제 조치를 제때 그리고 투명하게 취함으로써 무역위의 신뢰도를 높이겠습니다."

그는 "외국 기업이 한국 시장에서 덤핑이나 지식재산권 침해 등 불공정 무역 행위를 하는지 엄격히 살펴보기 위해 무역의 전문성 객관성 공정성을 제고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40명 남짓한 무역위 인력 중 변호사 회계사 변리사 등 전문가가 7명뿐이지만 특채 등을 통해 전문가를 늘릴 계획이라는 것.

국제통상 분야 전문가인 그는 한국이 'FTA 간 FTA'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금은 한·중·일이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과 각각 FTA를 맺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한·중·일+ASEAN의 FTA가 체결되고 나아가 APEC(아·태경제협력체) FTA가 맺어질 가능성이 있어요."

양자 간 FTA가 늘어나다 보니 체결 이익보다 비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에 따라서다.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현재 국제지역학회 부회장,서울대 국제학연구소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글=박준동/사진=강은구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