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영이란…

현실세계 '복잡성' 인식에서 출발

시장규모 예측ㆍ성장률 분석 대신 패턴 관찰ㆍ혁신으로 새 비즈니스

창조경영의 출발은 현실 세계의 복잡성을 관통하는 데서 출발한다.

현실에 나타나는 변화의 흐름과 그 변곡점을 주시하지 않고는 스스로 미래를 개척해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오늘날 한국 증시를 오르내리게 하는 배경을 꼽으라면 애널리스트들은 어떻게 설명할까.

'국내 주식 투자환경의 변화','풍부한 유동성','미국증시의 상승','정부의 주택시장 정책'….수많은 대답이 있을 수 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하나'의 정답은 있을 수 없다는 점이다.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요인은 너무도 많고 복합적이다.

'혼돈이론(Chaos Theory)'의 토대를 만든 에드워드 로렌츠는 예측불가능한 현대사회의 복잡성(complexity)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초기 조건의 미세한 변동이 장기적으로 시스템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작은 차이가 경우에 따라 큰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얘기다.


◆'복잡계 경영'과의 관계

최근 들어 '복잡계 경영'이란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과학자들이 자연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들고 나온 복잡계(complex system) 이론이 경제현상을 이해하고 기업경영의 변화를 해석하는 데 접목되고 있는 것이다.

복잡계 경영 도입은 소니(SONY)의 6대 사장인 이데이 노부유키(山井伸之)가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1997년 5월 부장급 회의를 열어 '복잡계 경영'을 선포했다.

이데이는 소니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처럼 서로 다른 분야를 융합해 새로운 산업을 탄생시켜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 같은 전략은 오락기와 게임,음악의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플레이스테이션'으로 탄생했다.

하지만 취임 3년 만에 2000억원의 흑자를 내면서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졌던 그에게도 시련은 찾아왔다.

이데이는 영화나 음반,게임 등 소프트사업에 대해서는 많은 애정과 관심을 쏟은 반면 디지털 TV나 DVD 등 디지털 기기에는 투자를 소홀히 했다.

그 결과 소니는 본연의 사업영역인 전자 부문에서 경쟁사들의 거센 추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더욱이 '워크맨'을 앞세워 누려왔던 음향기기분야의 지존 자리도 'MP3 플레이어'라는 시장의 대세를 읽지 못해 미국 애플사에 넘겨주기에 이르렀다.

결과적으로 소니는 복잡계 경영을 도입하며 변화를 '예측'하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변화에 '적응'하는 데는 실패했다.

삼성의 창조경영을 소니의 사례에 접목하면 '예측'과 '적응'을 동시에 해내겠다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그리고 미래를 한길로 관통하는 전략이 핵심이다.


◆블루오션 전략과의 관계

창조경영이 추구하는 것은 시장점유율 1위를 쫓아가는 수치적 단계를 넘어선 무한대의 전술이다.

블루오션 전략은 '시장'을 탐색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승자독식의 '게임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무경쟁 시장을 창출해 내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반해 창조경영은 탐색의 범위를 한정짓지 않는다.

시장과 고객,전략을 아우른다.

창조경영의 특성은 △직관(Intuition) △영감(inspiration) △상상(imagination) △혁신(Innovation)의 '4I'로 풀이할 수 있다.

기존의 경영방식에서는 새로운 비즈니스와 제품 개발을 검토할 경우 시장규모와 성장률 등을 분석하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창조경영에서는 특정 사물을 세밀히 '관찰'하고 그 움직임의 패턴을 깨달아야 한다.

패턴이 형성되면 다차원적인 사고와 감정이입,몸(오감)으로 생각하기 등의 상상을 거쳐 혁신으로 구체화되는데,이 전 과정에서 직관과 영감이 작용한다.

디자인이 대표적인 과정이다.

P&G는 욕실 청소용품 개발에 들어가며 디자이너들에게 이 프로젝트를 맡겼다.

각국 소비자들의 욕실청소법을 조사하기 시작한 디자이너들은 빗자루를 사용해 벽과 샤워기를 청소하는 남아메리카 주부들의 청소법에 주목했다.

디자이너들은 이것에 영감을 얻어 2005년 긴 막대에 핸드 클리너를 꽂아 사용하는 청소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창조적 사고는 어떻게 하나

미국 시카고대 심리학과 교수인 미하일 칙센트미하이는 "플레밍이 곰팡이 오염으로 못 쓰게 된 세균배양용 접시를 발견한 최초의 미생물학자는 아니었다"는 이야기로 천부적 자질을 갖지 않은 이들에게도 창조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음을 강조했다.

욕조에 물이 넘치는 것을 경험한 것은 아르키메데스가 처음이 아니었을 것이며,마찬가지로 사과가 땅에 떨어지거나 차 주전자에서 증기가 끓어오르는 것을 뉴턴이나 와튼이 처음 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들은 보통 사람들과 생각하는 방식을 달리했다.

뉴턴은 '사과가 땅에 떨어질 수 있다면 하늘의 달도 지구로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부터 연구를 시작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복잡계센터는 창조적 사고를 위한 도구로 '축척(縮尺) '을 제시했다.

복잡함 속에 존재하는 질서를 알기 위해서는 가까이 들여다 봐야 하며,축적을 달리해 현상을 관찰하다 보면 종합적 지식을 터득할 수 있는 '창조적 발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것이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