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니어링의 별명은 '삼성그룹의 미운 오리새끼'였다.

적어도 2003년까지는 그랬다.

외환위기 이후 동남아 플랜트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매출과 이익이 모두 급감했고 자연히 투자도 줄어들었다.

다른 그룹의 플랜트 관련 계열사들은 모두 모기업에 합병됐지만 1997년 주식시장에 상장된 삼성엔지니링은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직원들의 사기는 바닥까지 떨어졌고,'우리가 과연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는 절망감이 회사 안팎을 휘감았다.

정연주 사장이 부임한 2003년에도 플랜트 시장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정 사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2006년까지 4년간을 '창조적 혁신의 기반'을 다지는 기간으로 잡고 경영 패러다임을 바꿔나갔다.

철저히 고객을 중심으로 사고하고,창의적이고 역동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임직원들과 끊임없이 토론을 벌였다.

그리고 그동안 주목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장인 중동에서 '창조'를 시작했다.

고유가로 오일머니가 넘쳐나는 중동 국가들이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산업에 투자할 것이라는 점에 착안한 것.삼성엔지니어링의 예측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2004년부터 중동 플랜트 시장은 뜨겁게 달아올랐고,삼성엔지니어링은 그동안의 혁신활동을 발판으로 시장을 선점해 나갔다.

특히 세계 제1의 원유생산국인 사우디는 중동 최대의 플랜트시장으로 석유화학 부문에서만 연 100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10년 이상 지속될 전망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01년 사우디 플랜트시장에 진입한 후 쥬베일 공단 내에 에스피시(SPC)사 PDH/PP 프로젝트,국영석유화학회사인 사빅(SABIC)사의 부텐 생산플랜트를 성공적으로 완공,세계적인 기술력과 사업수행능력을 인정받았다.

이를 통해 2005년 이후 사우디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05년 샤크(SHARQ)사의 3억5000만달러 규모 에틸렌글리콜 프로젝트,5억달러 규모의 에이피피씨(APPC)사 석유화학플랜트를 수주했다.

이 같은 수주 행진은 계속 이어져 현재 사우디에서만 총 35억달러 규모,7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과거 동남아 시장에만 집중했다 위기를 겪었던 기억을 잊지 않고 석유화학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중국,인도,동남아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프로젝트를 수주,위기 관리와 성장을 동시에 꾀하고 있다.

정연주 사장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20%의 연평균 성장률을 유지,2010년에는 5조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비전을 내놨다.

현재 2300여명인 인력도 4500여명으로 확대하고 해외 우수인력 채용을 확대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전략이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