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소설 속 천사 미하일을 통해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인간으로 살게 된 것은 내가 나를 걱정해서가 아니라 한 낯선 남자와 그 아내가 나를 불쌍하게 여긴 덕분입니다.

고아들이 살아가는 것 또한 한 여인이 그 아이들을 가엾게 여기고 사랑한 까닭이지요."

미하일은 이렇게 덧붙였다.

"부자는 눈앞에 닥친 자신의 죽음을 까맣게 몰랐습니다.

인간에겐 자신의 운명,자신에게 진정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아는 일이 허락되지 않았으니까요.

사람이 살아가는 건 스스로 보살피고 자신의 행복을 염려해서가 아니라 그를 둘러싼 모든 사람의 마음에 사랑이 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사는 삶'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 소프트(MS) 회장의 하버드대 졸업연설이 화제다.

어디서 무슨 얘기를 해도 주목을 끄는 사람이지만 이번 연설은 '창조적 자본주의(creative capitalism)'를 통한 세상의 불평등 해소를 내세운 데다 하버드대 졸업생같은 특권층의 책무를 강조,더더욱 인구에 회자되는 듯 보인다.

창조적 자본주의란 정부와 기업이 시장의 힘을 확대함으로써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일할 기회를 주고 나아가 이윤 내지 표(정치를 위한)를 추구할 때처럼 가난과 질병 퇴치를 위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하는 것.이렇게 함으로써 세상 곳곳에 존재하는 심각한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이런 창조적 자본주의의 실현을 위해 하버드생처럼 선택받은 이들이 앞장서달라고 요구했다.

특권을 가진 사람일수록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삶에 관해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겠느냐며 살아가는 동안 전문적 일의 성취보다 세상의 불평등 해결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로 자신을 평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의 부자 선배가 한 말이니 많은 후배들이 가슴에 새겼을 것이다. 게다가 그는 지난해 이미 2008년 여름부터는 MS에서 손을 떼고 재단 일에만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는 언제 누구에게 이처럼 실천을 바탕으로 한 아름다운 연설을 듣게 될까.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