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학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실력에 비해 외국에서의 지명도가 너무 낮다는 것입니다. 해외 대학과 다양한 협력 채널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시아 대학들의 모임인 아시아·태평양국제교육협회(APAIE·Asia Pacific Association for International)를 만들어 고려대의 세계화를 이끌고 있는 이두희 국제교육원장의 말이다.


이 원장은 "국내 대학들이 진정한 세계화를 이루기 위해선 해외 홍보에 지금보다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의 지적처럼 최근까지도 한국 대학들의 외교력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바닥권'으로 평가돼 왔다.

아시아·태평양지역 명문대 연합 가운데 권위있는 곳으로 꼽히는 환태평양대학협의회(APRU) 회원대학 중에서 한국의 학교는 서울대가 유일하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교수진과 학생들이 전부 한국인으로 국한돼 있다보니 국제협력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하지만 한국의 대학들이 국제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대학 외교를 강화하는 전략을 펴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총장이나 주요 보직교수들의 대학 간 교류를 목적으로 하는 행사에 참석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으면 국제협력 관련 부서 인력도 증가하는 추세다.

2006년부터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는 APAIE는 유럽대학 협력체인 유럽국제교육협회(EAIE),미주지역 대학들의 모임인 국제교육기관협회(NAFSA) 등을 본떠 만들었다.

이 원장은 "한국과 정서적으로 가까운 아시아권 대학인 싱가포르 국립대,뉴질랜드 오클랜드대,일본 와세다대 등과 함께 APAIE를 만들게 됐다"며 "주도적으로 대학 외교 모임을 운영하다 보니 외국 대학으로부터 협력을 이끌어 내기도 쉽다"고 설명했다.

경은영 고려대 국제교육원 매니저는 "5~6년 전만 해도 그만큼 외국 대학과 교환학생 협정을 맺거나 주요 인사들을 초청하는 것이 힘들었다.

외국 대학에 답이 돌아오지 않는 협조 메일을 보내는 것이 일과다 보니 국제협력팀원의 별명이 '스팸 메일러(Spam mailer)'였을 정도"라면서 "하지만 현재는 APAIE 덕에 인지도가 많이 상승했다"고 말했다.

고려대 이외의 한국 대학들도 APAIE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APAIE 2차총회에는 숙명여대,상명대 등 10여개 한국대학이 참여해 홍보부스를 차려놓고 본교의 하계국제캠프를 홍보했다.

조인권 우송대 대외협력 부총장은 "한국에 본부를 둔 APAIE가 생긴 후 대학을 해외에 알릴 수 있는 장이 넓어졌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대학외교 강국'의 자리를 굳히기 위해서는 외교 채널을 다양화하고 전문인력을 충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연세대 국제협력 파트의 한 관계자는 "대학 외교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지역별 전문가를 키워야 한다"며 "해외 명문대를 나온 한국계 인력 등 외국 대학과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