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상품거래소(NYMEX)는 지난 10일 거래 품목에 탄소배출권을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탄소배출권'이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다.

2005년 교토의정서 발효에 따라 각국은 일정 수준 이하로 배출량을 줄여야 하고 의무를 지키기 어려운 국가들은 다른 나라의 배출 권리를 산다.

그 권리가 거래되는 것이다.

공식거래소는 4곳,거래규모는 연 300억달러를 넘었다.

'시장의 힘'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갈수록 강화될 전망이어서 세계은행은 탄소배출권 시장이 2010년이면 지금의 다섯 배인 1500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유럽 거래소 연간 243억달러 배출권 거래

탄소배출권이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는 곳은 유럽이다.

EU가 2005년 시범적으로 설립한 배출권 거래소 EU ETS(Emission Trade Scheme,유럽 기후거래소)에서는 전체 탄소 배출권 시장의 80%에 달하는 연간 243억달러가 거래되고 있다.

EU 내 1만1000여개 기업들이 감축 할당량을 받아 의무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2007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66억t 이하로 낮추는 게 목표다.

EU ETS에서 거래되는 배출권(EUA) 가격은 작년 초 수급 팽창에 대한 우려로 10%가량 떨어지긴 했지만 올해 들어 매달 조금씩 오르는 추세다.

2006년 평균 배출권 가격은 t당 22달러 선.미국의 시카고 기후거래소,호주의 뉴사우스웨일스(NSW),영국의 UK-ETS에서도 절대량은 적지만 거래가 급격히 늘고 있다.

거래소 바깥에서 프로젝트 단위로 이뤄지는 거래도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온실가스 감축 의무 국가가 다른 나라의 온실가스 감축 사업에 투자,그 실적을 자국의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 작년에만 총 55억달러어치의 탄소배출권이 프로젝트를 통해 거래됐다.

프로젝트 거래 중 감축 의무 국가 간 거래는 공동이행제도(JI),의무 국가와 의무가 없는 국가 간 거래는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이라고 한다. JI 사업에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 국가가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석유 및 가스 산업이 발달한 만큼 감축 잠재량도 커 2007년 1분기 JI 사업 비중의 60%를 차지한다.

지난달 아일랜드의 자재 업체 CRH가 우크라이나 포딜스키 시멘트 공장의 대체 연료 설비에 투자하기로 한 것이 그 예다.

CRH는 포딜스키 시멘트 공장이 이산화탄소 83만2948t을 감축하도록 돕고 여기서 나오는 13억3000만달러 규모의 배출권을 매입했다.

이 거래로 시멘트 공장은 약 2015만달러를 벌어들이게 됐다.

러시아 최고 에너지 기업인 가즈프롬도 유럽에 가스배출권을 팔 계획이라고 밝혔다.

감축 의무가 있는 국가와 없는 국가 간의 탄소배출권 감축 사업인 CDM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유엔의 인증을 받아야 한다. 중국이 작년에만 탄소배출권 4700만t을 팔아 큰 수익을 올렸다.

중국 정부가 대체에너지 개발과 메탄가스 활용 등 환경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고 중국에 투자하는 회사들도 투자대상을 다양화하는 차원에서 중국의 탄소배출권 사업이 각광받고 있다.

◆돈 버는 탄소배출권 시장…헤지펀드 진출 잇따라

금융시장의 러브콜도 찬환경 바람을 타고 이어지고 있다.

세계 유수의 은행들은 온실가스 저감 프로젝트로 비축된 탄소배출권을 사들여 다른 기업에 팔거나,고객에게 탄소배출권 투자를 권유하는 방식으로 탄소시장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소시에테제네랄은 합작 회사인 오르베오를 통해 한국과 브라질의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로부터 배출권을 확보했고,포르티스는 수익성 높은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홍콩에 탄소배출권 거래소를 새로이 설치했다.

앞으로 10년간 환경 관련 프로젝트에 500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씨티그룹도 최근 "고객들의 요청이 많다"며 진출 의사를 내보였다.

투자은행과 헤지펀드에도 탄소시장은 새로운 투자처로 떠올랐다.

메릴린치는 지난 2월 러시아와 독립국가연합의 탄소배출권 시장을 선점한 '러시아 카본펀드'의 지분 일부를 매입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하반기 배출권 거래시장인 시카고 기후거래소와 유럽 기후거래소 모회사의 주식 10.1%를 2300만달러에 매입했다.

미국의 시타델 인베스트먼트 등 10여개 헤지펀드들도 질세라 탄소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 CDM 사업 관심…프로젝트 발굴은 숙제

한국은 교토의정서에 따른 1차 감축 대상 국가에서는 빠져 당장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한국의 연평균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율(1990~2004년)은 4.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2013~2017년 2차 온실가스 의무 감축 국가에 한국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CDM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울산화학의 자회사인 퍼스텍은 2004년부터 울산화학 공장의 HFC 저감 설비에 투자,연간 140만~200만t의 온실가스 감축분을 일본과 영국 등에 판매하고 있다.

연간 140억원가량의 매출이 나오고 있다.

정밀화학 소재 업체 휴켐스도 아산화질소 분해시설에 투자,이산화탄소 126만t에 해당하는 감축분을 유엔으로부터 인증받았다.

지난 3월 기준 국내에서 CDM 사업으로 등록된 프로젝트는 10개.예상 배출권 규모는 1237만t으로 개발도상국의 10.8%를 차지한다.

울산화학공장 프로젝트의 투자자인 유피씨코퍼레이션의 서동균 대표이사는 "수소불화탄소,아산화질소 등 비용 대비 수익성이 높은 화학 공정 부문은 사업 확대 여지가 없다"며 "에너지와 대체연료 부문을 새로 발굴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너지관리공단의 우재학 박사는 "향후 감축 의무를 질 것에 대비,다른 개발도상국의 CDM 사업에도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물산과 포스코 등이 이미 동남아를 상대로 CDM 투자를 준비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