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의 눈높이와 가치관은 상류층과 비슷하지만 경제 여건 등 현실이 뒷받침되지 않아 사회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더 커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자본주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훨씬 강해졌고,예전에는 가장 신뢰했던 시민단체들에 대해서도 불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년 전에 비해서는 중산층이 매우 얇아졌고 자신이 중산층이라고 느끼는 사람들도 줄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삼성경제연구소와 성균관대학교 서베이리서치센터가 23일 전국 16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종합사회조사(KGSS)를 토대로 분석한 '대한민국 중산층,그들은 누구인가' 보고서에서 드러났다.


◆불안해진 중산층 의식

삼성연은 한국 중산층의 월 평균 가구소득이 200만~499만원으로 조사 대상자의 49%였다고 밝혔다.

2003년에 비해 중산층 비율이 3%포인트 줄었다.

중산층 가구소득에 물가상승률을 반영시키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지만 아무튼 중산층으로 분류할 수 있는 사람이 우리 사회의 절반 미만으로 떨어진 셈이다.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응답한 사람 비율도 2003년 79%에서 지난해 74%로 5%포인트 떨어졌다.

이들 중산층이 생각하는 '자본주의에 대한 이미지'는 3년 전과 비교해 확 달라졌다.

2003년 조사에서는 중산층의 31%가 '자본주의는 물질적 풍요'라고 대답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21%만이 '물질적 풍요'라고 응답했다.

자본주의의 특징이 '빈부격차'라고 대답한 응답자 비율은 2003년 26%에서 지난해 32%로 급증했다.

자본주의가 '경쟁'이라고 생각하는 비율도 17%에서 20%로 높아졌다.

자본주의가 사회의 양극화를 심화하고 낙오자들을 도태시킨다는 부정적 인식이 크게 번지고 있는 것이다.

시민단체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이번 조사의 예상밖 결과였다.

한국의 중산층은 2003년에 '신뢰하는 사회기관'으로 시민단체를 1위로 꼽았지만 2006년에는 금융기관 의료계 학계(공동 1위)보다도 시민단체를 더 불신했다.

군대와 대법원(공동 4위)에 대한 신뢰도가 시민단체(6위)를 앞질렀다.

정치권에 대한 중산층의 불신은 변함이 없었다.

2003년 조사에서 가장 불신하는 기관으로 꼽혔던 국회 중앙정부 지방정부 청와대는 이번에도 동일한 순서대로 불신을 받았다.


◆가치관은 상류층,현실은 중산층

중산층의 의식은 상류층(월 소득 500만원 이상)과 비슷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부심을 묻는 질문에 중산층의 82%가 "자랑스럽다"고 대답해 상류층(83%)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저소득층의 45%가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큰 차이였다.

기업 규제에 대해서도 중산층(72%)과 상류층(71%)은 "완화해야 한다"고 대답해 저소득층(63%)과는 다른 성향을 보였다.

이 밖에 남아 선호 사상,가족에 대한 가치관,성 역할 등에서도 중산층은 상류층과 비슷한 성향을 보였다.

하지만 사회에 대한 불신 수준은 저소득층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길에서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 신뢰하는지 아니면 경계하는지를 묻는 '일반인에 대한 신뢰' 설문에는 중산층의 46%가 "신뢰한다"고 응답해 상류층(51%)보다 저소득층(45%)에 근접하는 태도를 보였다.

세금에 대해서도 중산층의 43.2%가 "고소득자 세금이 너무 적다"고 응답해 저소득층(39.6%)보다 더 높은 비율로 부자에 대한 세금 강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이동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산층의 가치관은 상류층과 비슷하지만 실제 생활 수준은 상류층에 뒤떨어진다"며 "이 때문에 사회에 대한 불신이 저소득층과 비슷하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