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3시30분쯤 서울 대학로의 소극장 상상아트홀.

바깥의 따뜻한 날씨와 달리 아동극 '마술상자'를 공연 중인 극장 안은 썰렁하다.

90석 규모의 객석을 채우고 있는 관객은 달랑 10명.그나마 유료 관객은 4명 뿐이다.

극단 측은 관객이 한 명이라도 더 올까 기다리다 예정된 시간보다 30분이 지나서야 막을 올렸다.

'마술상자'를 기획한 전영준씨는 "원래 5월은 어린이날이 끼어 있어 성수기인데 요즘은 좌석의 10%도 채우기 힘들다"며 한숨을 쉬었다.

공연문화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사랑티켓' 지원 규모가 올해 들어 대폭 줄어든 반면 이용률은 급증해 서울 지역 극단들이 극심한 운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사랑티켓은 공연·전시 관람료의 일부를 문화예술진흥기금과 지방정부 예산으로 지원하는 문화예술 공공지원사업.공연은 7000원,전시는 1000원 할인해주기 때문에 재정이 취약한 소극장들의 관객 동원에 큰 힘이 돼왔다.

그러나 서울 지역 사랑티켓 주관 단체인 좋은공연만들기협의회(협의회)가 지난달 5일부터 하루 발매량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갑작스레 도입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사랑티켓 왜 줄였나=1998년부터 사랑티켓을 운영해온 협의회는 지난해 8월부터 대대적인 사랑티켓 광고를 시작했다.

대학로 극장 등 오프라인에서 발매하던 사랑티켓을 2005년 8월 온라인 회원제로 바꾸면서 지원액을 3000원으로 낮춘 뒤 수요가 대폭 줄었기 때문.지난해 1월 지원액을 5000원으로 올린 뒤에도 수요가 크게 늘지 않자 협의회는 이미 책정된 예산을 소진하기 위해 지원액을 7000원으로 인상하면서 대대적인 광고를 했다.

그러자 회원 수가 급증하면서 이번에는 예산이 모자랄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11만명이던 사랑티켓 회원은 현재 33만명으로 세 배나 급증했다.

게다가 사랑티켓 사업예산은 지난해 50억원에서 올해 37억원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올해 예산 중 20억원이 지난달까지 소진된 상태.예산이 턱없이 모자라게 되자 협의회는 지난달 5일 사랑티켓 쿼터제를 '급조'했다.

한 달에 1인당 8장까지 살 수 있는 것을 4장으로 줄이고 하루 총 발권량도 500장으로 제한했다.

◆파산 직전의 대학로 극장들=쿼터제는 당장 대학로 극장가에 찬바람을 몰고 왔다.

사랑티켓을 구하기 힘들어진 관객들이 발길을 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사랑티켓 홈페이지(www.sati.or.kr)에선 매일 오전 10시 예매가 시작되면 10분도 되지 않아 매진된다.

대학로에서 하루에 무대에 올리는 공연은 60~100개로 한 공연당 사용할 수 있는 사랑티켓은 4~5장에 불과한 셈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관람 수익을 사랑티켓에 의지해오던 대학로 소극장들은 "매출이 지난해의 절반에서 80%까지 떨어졌다"고 아우성이다.

서승만 극단 상상씨어터 대표는 "쿼터제 실시 전에는 90석 가운데 사랑티켓이 50장 이상 차지했으나 요즘엔 한 장도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인성 극단문예 대표는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사랑티켓 할인가격에 맞춰져 있어 극단들엔 사랑티켓이 이젠 '사망티켓'이 돼버렸다"고 하소연했다.

일부 극단들은 사랑티켓 한 장을 가져오면 동반 1~2명까지 무료 입장시키는 고육책까지 내놓고 있으나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