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우리 학교'(감독 김명준, 제작 스튜디오 느림보)는 감정이 먼저 반응하는 작품이다.

일본 땅에서 우리 말과 글을 지키며 살아가는 조선학교 아이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는 이성을 마비시키고 감성의 심연에서 눈물을 퍼올린다.

제목으로 쓴 '우리'라는 단어가 가슴 속으로 파고들고 '동무'라는 말이 얼마나 정겨운지 살갗이 먼저 느낀다.

카피 문구로 사용한 '용감한 등교'를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우리 학교'는 그 출발부터 아름답다.

이 작품을 기획한 것은 고(故) 조은령 감독이다.

조은령 감독과 김명준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감독과 촬영감독으로 만나 결혼했다.

불의의 사고로 조은령 감독이 세상을 떠난 뒤 김명준 감독이 작품을 완성했다.

그 결실이 이제 관객과 만나게 된다.

해방 후 재일 조선인(재일동포) 1세들은 일본 땅에서 살아갈 후손을 위해 책상과 의자를 마련하고 버려진 공장터 등에 '조선학교'를 세웠다.

그 중 하나가 홋카이도(北海道) 조선초중고급학교. 홋카이도는 남한의 4분의 3 크기지만 조선학교로는 이 학교가 유일하다.

그래서 아이들 중 일부는 부모와 떨어져 기숙사 생활을 한다.

김명준 감독은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생활하는 이곳에서 3년간 동고동락하며 이들의 삶을 가감 없이 카메라에 담았다.

학생들은 여느 10대와 다름없이 명랑하고 밝다.

일본이라는 타국 땅에서 조선인이라는 이방인으로 살아가지만 학교라는 공동체를 통해 정체성을 확립하고 동포사회를 지키기 위해 공부하고 운동한다.

북한에 대한 적개심이 반영된 일본 우익단체의 협박과 이로 인한 신변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은 "조선사람은 조선학교를 다녀야 한다"는 이 평범한 진리를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다.

조선학교는 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계열이라는 이유로 그 동안 주로 이데올로기 시각에서 조명돼왔다.

그러나 '우리 학교'는 이런 시각을 모두 거둬내고 학생들의 생활에만 초점을 맞춘다.

우리 말과 글을 지키려는 학생과 교사들의 노력과 그 속에서 찾은 자긍심, 소박한 행복 등이 영화 곳곳에서 향내로 다가온다.

몸보다 마음이 더 성숙한 아이들이 쏟아내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감동이고 눈물이다.

작품의 만듦새를 논하게 전에 삶의 방향을 잡아주는 좌표와는 같은 '바른' 영화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운파상(다큐멘터리 부문 최우수상), 올해의 독립영화상 등을 수상했다.

같은 해 부산영화제와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매진 사례를 기록할 만큼 사랑받았다.

관람 등급 미정

(서울연합뉴스) 홍성록 기자 sungl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