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운영체제(OS)를 사람에 비유하면 리눅스는 속내를 드러내는 믿을 만한 사람이고 윈도는 속내를 감추는 알 수 없는 사람입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속내를 알 수 없는 사람보다는 속내를 드러내는 사람이랑 얘기하기가 더 쉽지요. 리눅스는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을 때 윈도보다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OS입니다. 정부나 기업의 전산담당자들은 인식을 바꿔 리눅스를 쓸 필요가 있어요."

11일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센터에서 개막한 세계 컴퓨터과학자 서울대회 '리눅스 특별강좌'에서 미국 펜실베이니아 이스트 스트라우드버그 대학의 김학린 컴퓨터학과 교수(51)는 정부와 민간이 리눅스를 더 많이 써야 한다며 이렇게 역설했다.

김 교수는 "사용하기 편하다는 이유로 마이크로소프트(MS) 운영체제(OS)만을 고집한 결과 한국 컴퓨터 환경이 지나치게 MS에 종속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윈도비스타 호환성 때문에 정부뿐만 아니라 은행,포털 등 모든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이 전전긍긍하는 데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모든 인터넷 서비스를 액티브X(실행 프로그램의 일종)를 토대로 실현한 것이 화근"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고려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오클라호마 대학에서 컴퓨터과학 석사,박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웹 보안 분야 방문교수를 지냈으며 테네시 대학에서 조교수 및 부교수를 거쳤다.

김 교수는 이날 '보안 강화 리눅스'를 선보이며 윈도 못지않은 성능과 보안성을 자랑하는 리눅스를 소개했다.

리눅스는 프로그램 제작 및 배포에 필요한 설명서라 할 수 있는 소스코드를 일반에 공개해 누구나 자유롭게 프로그램을 수정하거나 다시 배포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리눅스는 공개 소프트웨어라 불린다. 프로그램을 다운받거나 전달할 때 '설치하시겠습니까?' 등의 일방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윈도와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윈도에서 프로그램이 멈추는 등 문제가 발생할 경우 MS에 문의하거나 전문 개발자가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폐쇄적으로 프로그램을 배포하는 윈도에서는 이럴 경우 프로그램 제작자에게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리눅스를 사용하면 프로그램에 문제가 생겨도 여러 전산 담당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하면 됩니다. 반면 윈도를 쓰다가 문제가 생기면 담당자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외부에서 사람을 부르면 그만이니까 어떻게 보면 편하죠. 정부뿐 아니라 기업도 일단 편하니까 바꿀 생각을 안하는 겁니다."

그가 소개한 보안강화 리눅스의 특징은 세 가지 점에서 기존 리눅스와 다르다. 사용자마다 속성을 부여하고(Type Enforcement),부여된 속성에 따라 접근 수준이 조절되며(Role Based Access Control) 이 수준에 따라 보안수준을 정하는 것이다.

병원을 예로 들면 의사 간호사 등으로 속성을 정해두면 이에 따라 접근할 수 있는 환자가 구별되고,환자의 병력 등을 볼 수 있는 자격을 의사ㆍ간호사별로 다르게 부여하는 식이다. 보안강화 리눅스를 통해서는 컴퓨터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최대한 보장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이번에 공개한 보안강화 리눅스를 계기로 '공개 소프트웨어는 보안 기능이 취약하다'는 편견이 사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