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업체 델이 어려움에 처했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델은 중간 유통단계를 없앤 인터넷 직거래 모델을 기반으로 저가 제품을 판매해 컴퓨터 시장을 장악했다.

하지만 최근 다른 업체들도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로 가격을 낮췄고,경쟁이 격화되면서 델이 가격 경쟁력만으로 시장을 장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특히 애플이나 소니는 디자인 측면에서 다른 업체보다 뛰어난 경쟁력을 갖추면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

또 고객서비스 부문을 인도 업체에 아웃소싱하면서 델의 서비스 경쟁력도 떨어진 상황이다.

결국 델이 선택한 것은 창업자인 마이클 델의 귀환이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마이클 델의 경영 방침은 '델 2.0'으로 요약된다.

인터넷 이용자들의 참여를 획기적으로 증진하는 개념의 '웹 2.0'에 빗댄 '델 2.0'은 고객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겠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전략이다.

고객들의 집단적인 지혜를 활용해 기업의 턴어라운드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델은 최근 아이디어스톰(www.dellideastorm.com)이란 사이트를 만들었다.

이 사이트에서 고객들은 마음껏 제안하거나 투표를 통해 가장 인기있는 아이디어를 선정할 수 있다.

개설한 지 5일 만에 1384개의 아이디어가 올라왔고 12만건의 추천이 이뤄졌으며 20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물론 모든 아이디어가 훌륭한 것도 아니고 말 많은 일부 누리꾼이 게시판을 독점하는 등의 문제도 있었다.

하지만 자발적인 고객들의 참여는 새로운 아이디어의 원천이 되고 있다.

2월 말 기준으로 6만7000건의 추천을 받아 최고의 아이디어로 선정된 것은 리눅스나 오픈 오피스 같은 공개 프로그램을 설치한 컴퓨터를 팔자는 것이었다.

한 누리꾼은 "이 웹사이트는 델을 다시 컴퓨터 1위 업체로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델의 제품 라인은 5년 전과 거의 유사하고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새로운 혁신적 스타일의 제품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이클 델 CEO는 델 2.0 전략이 고객 기반의 혁신을 가져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는 "시장과 고객 참여에 대해 우리는 완전히 다른 시각을 가져야 하며 아이디어스톰은 업계 리더인 우리 회사에 새로운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비즈니스위크는 이전까지 기업들은 고객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고객이 잠재된 욕구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앞으로는 기업 활동 전 과정에 고객이 직접 참여하는 형태의 새로운 전략을 구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기술 발달로 수십,수백만명의 아이디어를 모을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에 고객의 참여를 유도할 경우 시장의 지형을 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 잡지는 고객의 기여도를 절대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고,고객에게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하며,이를 유도하기 위해 기업들은 고객에게 어느 정도 정보를 공개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