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자전거를 타는 일은 그리 쉽지 않았다. 키가 미치지 못해 한쪽 다리를 꺾어 빗장처럼 지르고 쉴 새 없이 두 다리로 페달을 밟았다. 떨어지지 않으려고 한손으로는 안장을 감싸고 한손으로는 핸들을 움켜쥔다. 대롱대롱 매달려 가는 모습이 얼마나 우습게 보였을까 싶다. 물론 자전거가 귀했던 시절의 얘기다.

재미 삼아 타보긴 했지만 자전거는 생계수단이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이탈리아의 참담한 빈곤을 그린 '자전거 도둑'이란 영화가 이를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주인공은 길거리 벽보 붙이는 일을 하기 위해 소중하게 간직했던 침대 시트를 전당포에 맡기고 자전거를 구입하는데,이튿날 자전거를 잃어 버린다. 도둑을 찾아 나서지만 번번이 놓치고 어쩔 수 없이 자신도 자전거 도둑이 되는 과정이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그러나 자전거는 이제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살 수 있는 저렴한 이동수단이 됐다. 흔한 데다 별 효용을 못 느끼는 탓에 가끔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기도 한다. 웬만한 고가품이 아니면 자전거를 도둑 맞고도 신고조차 좀처럼 안할 정도이니 그 하찮은 가치를 짐작할 만하다.

자동차에 밀려 기를 펴지 못하던 자전거가 힘을 받고 있다. 환경과 고유가로 인해 자전거가 인기를 끌더니,건강과 레저붐이 일면서 총아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마침내 서울시는 자전거를 생활교통수단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자전거 주차장 설치 등을 골자로 하는 조례안을 만들어 엊그제 입법예고했다. 음주상태에서 자전거를 탄다든지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처벌규정이 어떻게 마련될지도 관심이다.

'자전거 여행'을 쓴 작가 김훈은 '왜 자전거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자전거는 인간의 몸이 끌고 가는 바퀴로 인간의 몸 한계에서 움직이는 인간 걷기의 변형이다. 삶의 영원한 본질은 아날로그다. 살아있는 휴먼보디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 삶의 진실"이라고. 자전거를 타고서 사물을 보는 풍경과 휙휙 달리는 기분이 썩 좋을 것만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