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증상으로 알아본 건강 자가진단법
30대 중반을 넘어서면 신년 계획에 건강관리 목표를 포함시키게 마련이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종합건강검진을 받아보려고 한다.

그러나 종합검진만으로 건강을 보증받기는 힘들다.

자신의 증상과 혈액·소변검사 수치에 주목하고 질병에 대한 상식을 풍부하게 해서 대비하는 게 건강 지킴의 시작이다.

원장원 경희의료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기초적인 자가 진단 요령을 알아두면 전문의로부터 선별 진료를 받을 수 있어 종합검진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며 "증상에 귀 기울여 질병의 조기 치료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권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많은 증상과 질병이 1 대 1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한가지 증상만으로 지나치게 특정 질병을 염려할 필요는 없다"며 "증상이 나타날 정도면 이미 한참 질병이 진행 중인 경우이므로 예방보다 나은 건강관리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어지럼증 두통 통증이 느껴지면= 현기증이 생기면 많은 사람들이 빈혈을 떠올린다.

빈혈은 임신·성장기일 때 가장 흔하며 암 폐결핵 병원성설사 신부전 등 소모성 질환에서 자주 나타난다.

빈혈이 아닌데 머리를 빨리 돌릴 때마다 어지럼증이 심하게 느껴진다면 평형 감각을 담당하는 내이(內耳)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머리를 세게 부딪친 후 어지러움증이 생겼거나,팔다리 감각이 무디거나 얼얼하면서 어지러우면 뇌졸중 등을 의심해봐야 한다.

구역질 구토와 함께 현기증을 느끼고 귀에서 울리는 소리가 들리면 이명이기 십상이다.

현기증이 두통을 동반하거나 선행하면 편두통일 가능성이 높다.

두통이 왔을 때 진통제에 의해 잘 다스려진다면 스트레스에 의한 것으로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좋다.

그러나 두통 증상이 갑자기 심하게 나타나거나 점진적으로 증상이 심해지며 다른 증상들을 동반한다면 뇌경색,뇌지주막하출혈,뇌종양 등 뇌질환이나 다른 전신적 질환인지 알아봐야 한다.

허리 통증은 척추 근육의 과도한 긴장 때문인 경우가 대다수다.

디스크 등 퇴행성 질환이나 골다공증에 의한 미세골절인 경우가 많다.

위쪽 허리의 은근한 통증은 췌장암을 의심할 수 있고,아래쪽 옆구리가 간헐적으로 몹시 아프면 요로결석일 수 있다.

○고열 기침 가래 호흡곤란이 오면=열이 나면 감기,독감,폐렴,류마티스 질환,암,병원체 감염 등을 의심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38.4도 이상의 고열은 폐렴,독감,전염성 질환 등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다.

고열에 무작정 해열제를 쓰면 무엇 때문에 병이 났는지 알 수 없으므로 조금 느긋하게 기다려 보는 게 좋다.

숨이 차서 밤에 잠을 못잔 경우 증상으로 질환을 가늠해볼 수 있다.

호흡곤란이 세 달 이상 지속되고 쌕쌕 숨소리가 나며 기침이 심하면 기관지천식이다.

여기에 담배까지 피우면 만성 기관지염·폐기종일 확률이 높다.

희거나 분홍색 거품의 가래가 나오며 다리가 부으면 심장병이나 폐부종이다.

진한 황갈색 또는 검은색 가래가 나오면 만성 기관지염이나 기관지 확장증,여기에 몸무게가 5kg 이상 감소했다면 폐암,38.4도 이상의 고열과 오한이 있으면 폐렴일 수 있다.

기침이 감기 폐렴 폐결핵 기관지염 천식에 의해 오지 않았다면 축농증,알레르기성 비염,역류성 인후염,위산 식도역류를 의심해봐야 한다.

기침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원인을 알기 위해 흉부방사선 촬영을 해봐야 한다.

○살이 빠지고 소화가 안될 경우=체중이 갑자기 10% 이상 줄어든다면 당뇨병이나 갑상선항진증 같은 내분비질환,폐결핵 같은 소모성 감염질환,소화기 계통의 암이 있는지 검사해봐야 한다.

다뇨(多尿) 다음(多飮) 다식(多食)에 피로감이 심하면 당뇨병,식사량이 늘었으나 체중이 감소했다면 갑상선기능항진증,속쓰림 설사 구토 복통이 주기적으로 발생하면 소화기관 장애,기침이나 미열이 이어지며 체중이 감소하면 폐결핵이다.

지속적으로 소화가 잘 안 되고 더부룩하다거나 속이 쓰리면 위내시경 검사를 받아본다.

위궤양이나 용종(사슴뿔 모양의 양성종양,폴립)이나 암 등이 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대체로 위궤양은 식사 후 30여분 만에 통증이 나타나고 식욕이 크게 떨어지는 반면 십이지장궤양은 식사 2시간여가 지나 공복에 가까울 때 통증이 심하며 음식물이나 제산제를 투여하면 증상이 곧 나아진다.

위암은 위궤양에 비한다면 초기에 통증이 약하거나 거의 없다.

○혈변 혈뇨 다뇨 부종이 예고하는 것=대변에서 피가 섞여 나오는 경우는 대부분 치질 때문이지만 대장 직장의 궤양이나 암 때문인 경우도 많아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혈뇨는 방광염 요도염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나 전립선염 신장염 신장결석 요로결석이 원인인 것도 상당수다.

간혹 방광암이나 신장암 때문인 경우도 있어 정밀 검진이 필요하다.

물이 많이 먹히고 소변을 많이 보는 경우는 당뇨병 요붕증(이뇨 억제 호르몬 부족으로 소변량이 늘어남)을 추정할 수 있으나 노년에 오는 당뇨병은 이런 증상이 없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상당히 악화했음을 의미하므로 평소 혈당 체크가 중요하다.

젊은 여성에게서 원인을 알 수 없이 자주 붓는 것은 특발성 주기성 부종으로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