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이면 정보의 시대(Information Age)가 끝나고 지식 이상의 가치와 목표를 중시하는 영감의 시대(Spiritual Age)가 올 것이다."(윌리엄 하랄 조지워싱턴대 교수)

"아이콘과 심미적인 경험들로 이뤄진 '꿈의 사회'(Dream Society)가 정보·지식사회 이후의 미래의 모습일 수 있다."(짐 데이토 하와이대 교수)

'글로벌 인적자원(HR) 포럼' 이틀째인 9일 제1트랙의 첫 번째 세션(미래와 세계-향후 기업의 수요 고찰)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두 명의 미래학자인 윌리엄 하랄 조지워싱턴대 교수와 짐 데이토 하와이대 교수가 자리를 함께 해 미래사회의 모습을 전망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학교육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성창모 효성기술원 원장을 좌장으로 한 이 세션에서는 스티브 타이트 HSBC은행 아태지역 HR담당 이사도 참석,보다 현실적 차원에서 글로벌 회사인 HSBC의 사내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짐 데이토 교수는 "오랫동안 미래학 연구를 해오면서 얻은 교훈은 미래를 '단수(future)'가 아닌 '복수(futures)'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라며 "미래 세계가 현재의 연장선상에서 경제성장에 역점을 둔 강력한 민족국가들로 이뤄지고 새로운 과학기술 개발 등을 중시할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데이토 교수는 따라서 산·학 연계를 통한 인재 공급에 역점을 두고 있는 대학의 역할도 미래사회의 모습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와 같은 사회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지만 별로 바람직한 미래는 아니며 지금처럼 경제성장만 추구하다 보면 비관적이긴 하지만 환경 파괴,출산율 저하,종교적인 극단주의,자원 확보를 위한 전쟁 등으로 얼룩진 미래가 도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경우에는 단순히 살아남는 것이 인류의 과제가 될 것이며 대학은 소위 '영속 가능성(sustainability)'을 연구하고 가르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토 교수는 특히 대체 에너지 개발과 환경보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석유 등 에너지는 점점 고갈돼 가는데 잠재적인 에너지 자원을 개발하는 속도는 더디다"며 "미국은 에너지 보존 문제를 거들떠 보지도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하이테크와 지식사회 이후의 미래를 상상하는 것은 현재의 환경을 보존하는 바탕 위에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데이토 교수는 또 하나의 가능한 미래상으로 '꿈의 사회(Dream Society)'를 제시했다. '꿈의 사회'란 식량,소비재,기술,심지어 새로운 정보기술(IT)도 아닌 꿈과 상상력의 창조,생산,결합 등이 특징이다.

그는 "꿈의 세계에서는 한국이 리더가 될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한국 대학이 표준화한 과정이나 새로운 물건을 생산하는 기술만을 가르쳐서는 안 되며 개척자적인 입장에서 상상력,이미지,창의성,문화,예술,게임,스포츠,윤리,철학 등에 초점을 맞춰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과거에는 정신적인 면을 선도했는데 최근에는 물질적인 측면에서 앞서가는 것 같다"며 "높은 이상을 갖고 이미 창조하기 시작한 꿈을 키워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윌리엄 하랄 교수도 데이토 교수의 '꿈의 사회'와 비슷한 '영감의 시대(Spiritual Age)'를 지식·정보사회 이후의 미래상으로 제시했다. 그는 "내가 운영하는 미래예측 시스템에 따르면 지금은 믿기 어렵겠지만 2020년께 서비스와 정보기술 혁명에 기반을 둔 현재의 지식사회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영감의 혁명에 따른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랄 교수는 에너지 및 환경,의학 및 유전공학,우주항공 등 7개 분야에서 전 세계 최첨단 지식들을 수집·분석하고 전문가들의 견해를 반영해 특정 기술이 언제쯤 보편화할지 예측하는 온라인 시스템(TechCast)을 운영하고 있다.

그의 예측 시스템에 따르면 향후 10년 내 전자상거래가 전체 소비의 30%를 차지하고,2010년이면 가정에서 사람들이 로봇을 활용한다. 또 2023년께는 작은 나노물질을 활용해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는 획기적인 암 치료법이 개발된다.

그는 "이 같은 획기적인 발전은 IT를 기반으로 지식근로자들의 업무 수행 능력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혁신이 가속화하고 정보의 힘이 강해지는 선순환이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IT 기반의 지식사회에서는 조직과 제도가 제조업 중심의 산업시대와는 다르게 바뀌고 있다며 '전자조직(E-Organization)' '자가조직 시스템(Self-Organization System)' '이해관계자들의 협업(Stakeholder Collaboration)'을 특징으로 들었다. 하랄 교수는 전자조직의 예로는 월마트와 시스코의 실시간 경영을,자가조직 시스템의 예로는 노키아의 소팀제 운영과 이베이를 들었다. 또 크라이슬러사와 공급 업체의 광범위한 제휴는 협업의 특징을 설명하는 사례라고 소개했다.

하랄 교수는 그러나 "대학은 지식이 집약되는 곳인데도 불구하고 운영 방법 등이 달라진 게 거의 없다"며 "슘페터가 말한 것처럼 '창조적인 파괴'가 앞으로 10~20년 동안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