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주 < ㈜이롬회장 lcc@erom.co.kr > 인생은 여행이다. 인생 여정이 긴 사람이 있고 짧은 사람도 있다. 과정이 험한 사람이 있는 반면 평탄한 길도 있다. 시종 콧노래를 부르며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숨만 쉬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도 있다. 저마다 배낭을 하나씩 메고 떠난다. 그 배낭에는 그 사람의 복합적인 특성이 잘 나타난다. 배낭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배낭의 색깔도 중요하지 않다. 그 배낭에 무엇이 들어있는지가 중요하다. 필수품으로 채워져 있는지,아니면 잡동사니가 많은지. 더 중요한 것은 배낭의 사이즈와 무게다. 여행 전문가는 배낭의 크기를 줄인다. 배낭의 무게를 가능한 한 가볍게 한다. 그러나 초보자의 배낭은 무겁다. 멀리 갈수록 가벼워야 한다. 험한 길을 갈수록 배낭은 장애물이 되지 않아야 한다. 배낭은 목적이 아니라 여행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배낭을 가볍게 하는 비결은 무엇인가. 일본의 니시무라 아키라가 쓴 '정리기술'이라는 책이 바로 그 해답이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자발적인 단순함'이다. 이는 스스로 자신의 삶의 부피와 무게를 줄이는 것을 말한다. 생각에도 정리가 필요하다. 사고의 정리는 좋은 아이디어를 낳는다. 인맥에도 정리가 필요하다. 인맥의 정리는 불필요한 에너지를 줄여준다. 그리고 윈윈의 성과와 상승작용을 낳는다. 정리하는 습관이 결단력을 키운다. 정리되지 않는 물건과 사람은 스스로를 과거에 묶어두는 법이다. 버림으로써 발전의 가속도가 붙는다. 버림으로써 생기는 여유공간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 니시무라는 '서류함의 75%가 차면 덜어내기 사작하라' '필요한 것을 하나 찾을 때마다 3개씩 없애라'고 권면한다. 이제는 고객관리에도 정리기술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어린이는 일주일에 한 번만 오세요.' 패스트푸드의 대명사인 모 회사는 어느날 기발한 광고를 냈다. 어린이 고객을 제한하는 엉뚱한 광고였다. 패스트푸드가 어린이 건강에 결코 이로울 수 없는 식품이라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장기고객의 신뢰획득'이라는 회사의 이미지 개선 효과가 더 크다고 본 것이다. 또 어느 외국계 은행은 100만원 미만의 예금에 대해 이자대신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소액 예금자는 은행에 손해를 끼친다는 전제에서 고객을 잘라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모든 고객에게 평균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 아니라 고급 고객에게 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시간과 효율을 극대화시키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을 '고객의 구조조정' 또는 '디마케팅'이라고 한다. 인생의 모든 영역에서 정리가 필요하다. 특히 초보자의 배낭은 가벼워야 한다. 꿈을 성취하려면 스피드와 기동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