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내외가 22일 해인사를 방문,조계종 종정 법전스님 등 불교계 원로들과 환담한 것은 사패산 터널 문제에 대한 협조를 구하는 외에 불교계와 경남(PK) 민심을 우회적으로 다지기 위한 행보로도 보인다. 노 대통령은 이날 매주 한차례인 정례 수석·보좌관 회의까지 취소한 채 갑자기 해인사로 갔다. 노 대통령의 사찰 방문은 취임 후 처음이다. 노 대통령은 근래 기자 간담회에서 "청와대 생활이 갑갑하다"며 "해인사 종정을 한번 찾아뵙고 싶다"고 말했었다. 노 대통령은 해인사 퇴설당으로 이동하면서 "이렇게 걸어 올라가야 맛이 나는데 (청와대에선) 자유가 없다"고 말했다. 종정 법전스님은 "세속에 전해오는 말에 따르면 동짓날은 바깥에서 세는 게 좋다는 말이 있다.동짓날에 오셨다"며 환대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뵐 때마다 (종정이) 아주 큰 선물을 주셨다.그런데 오늘은 날까지 좋아 저한테는 행운이 아닌가 싶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어 "보통 삼배를 드리면 마음도 좋고 복도 받을까 싶은데,나라 법도 법이라고 체면을 갖추라고 해서 큰 절을 못드려 마음이 오히려 무겁다"며 예를 갖췄다. 한편 법전스님은 노 대통령의 해인사 방문에 맞춰 '동견(同見)과 동리(同利)하는 미래세계를 위하여'라는 글을 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