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북쪽의 라운드록에 있는 델컴퓨터의 모턴 토퍼 매뉴팩처링센터(TMC).


이 공장에 들어서면 계단을 따라 벽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1백50여개의 특허증서가 눈길을 끈다.


주로 생산기술에 관련된 특허들이다.


바로 델이 승승장구하는 비결이다.


실제로 2000년부터 정보기술(IT) 거품이 꺼지면서 대부분의 관련기업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나, 델 컴퓨터는 비약적인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9분기 동안 산업 평균보다 20% 이상 성장, 99년 1백80억달러였던 매출이 올해는 3백5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마이클 델 회장(37)은 최근 아시아 및 유럽국가의 미국 특파원을 초청, 기업 설명회를 가진 자리에서 "제품을 값싸게 만들어 빠르게 공급하는 능력을 갖춘 덕"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사실 델 컴퓨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싸게 파는 회사'란 이미지다.


이 회사의 제품가격은 대부분 경쟁업체보다 10% 가량 싸다.


이는 델이 기업경영 모든 분야에 적용하고 있는 '원가절감' 전략으로 가능해졌다.


델은 이를 위해 직판체제를 도입했다.


유통업체를 거치지 않고 직접 고객에게 제품을 팔고 있다.


델 회장이 창업할 때부터 적용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개인고객뿐 아니라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기업 고객에게도 직접 판매하고 있다.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이 제품별 영업조직을 갖고 있는 것과는 달리 델은 고객별 영업조직을 운영한다.


델 회장은 "고객의 수요를 잘 파악할 수 있고 고객이 필요로 하는 자원을 한꺼번에 제공할 수 있는 것이 델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직판을 뒷받침하는 효율적인 생산시스템도 눈길을 끈다.


델의 생산시스템은 주문형생산(build-to-order)을 통한 무재고가 특징이다.


델은 고객이 주문을 해야 부품을 발주한다.


부품이 도착하는 즉시 생산라인에 투입되고 완성된 제품은 공장에 대기중인 트럭에 곧바로 실어 배달한다.


부품이나 완제품이 공장에 머물 틈이 없다.


델의 재고 부품 보관 기간은 평균 7시간에 불과하다.


다른 업체들은 보통 일주일이 넘는다.


공격적인 경영도 주목을 받고 있다.


PC와 서버시장에서 세계 1위를 굳힌 이 회사는 최근 데이터저장장치(스토리지) 네트워크장비 프린터 핸드헬드컴퓨터 매장관리시스템(POS)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사업 철수나 매각 등으로 축소지향의 경영을 하는 다른 기업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신규 사업진출 타이밍은 다른 기업과 분명 다르다.


'표준화'가 그것이다.


델 회장은 "기술 발전에는 일정한 유형이 있다. 초기에는 제품이 비싸고 마진도 높지만 시간이 지나면 기술이 일반화되고 수익성도 낮아진다. 이 때 우리는 시장에 진출한다"고 말했다.


이 시기는 제품이 표준화단계에 접어드는 때이다.


델 회장은 "표준화된 제품을 값싸게 만들 수 있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아주 간단한 델의 비즈니스 모델'은 누구도 흉내내지 못하고 있다.


직판체제, 원자재관리, 생산기술 등이 뒷받침되지 못한 결과였다.


델 회장도 "10여년 전에 우리 모델을 따라 직판에 나선 PC 업체가 여럿 생겼지만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델 회장은 이제 또다른 야망을 향해 달리고 있다.


앞으로 5년 안에 매출을 2배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진짜 꿈은 이처럼 외형적인 것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델 컴퓨터를 평생 직장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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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


<> 1965년 텍사스주 오스틴 출생

<> 83년 텍사스대학(오스틴) 입학

<> 84년 대학 중퇴후 델 컴퓨터 설립

<> 88년 기업공개(나스닥)

<> 92년 '포천 500' 기업의 최연소 CEO(27세)

<> 미국비즈니스위원회(US Business Council) 부의장, 미국 대통령 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 저서 =다이렉트 경영(Direct From Dell:Strategies That Revolutionized an Industry)



라운드록(미국 텍사스주)=정건수 특파원 ks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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