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독자들은 항상 새로운 것에 마음을 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신작소설 「뇌」(열린책들)의 홍보차 한국에 온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41)는 18일 기자와 만나 "새 소설은 모험, 사랑, 광기에 대한 이야기이자 신경학 분야에서 최근 발견된 과학정보를 추리기법으로 쓴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의 데뷔작 「개미」는 프랑스보다 한국에서 더 큰 성공을 거뒀던 작품. 지난 93년 번역·출간된 뒤 100만부 이상 판매되면서 한국 출판계에 '베르베르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작품이 한국에서 유독 인기가 높은 것은 "한국 독자들이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이 많기 때문"이라고 나름대로 해석했다. 그는 "과학적 발견들에 대한 연구가 중단됐을 경우 소설은 그 뒤에 벌어질 이야기를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한 장르"라고 과학소설을 즐겨 쓰는 이유를 설명했다. 새 소설의 주제로 삼은 '뇌'에 대해 그는 "생각을 만들어내는 기관이고, 생각은 세계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결국 뇌는 인간을 신이 되게 하는 기관"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소설이 다른 작가의 작품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으로 "과학과 철학이 결합된 것"을 꼽았다. 독자들에게 과학정보와 철학적 생각거리를 제공함으로써 의식의 지평을 넓혀주게 된다고 글쓰는 의도를 설명했다. 여기에 추리기법을 도입, 간결하고 쉬운 문체로 쓰기 때문에 지식수준이 높은 사람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도 그의 소설을 즐겨 읽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3부작 인간탐구 시리즈로 「아버지들의 아버지」에 이어 「뇌」를 내놓은 그는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주제로 세번째 소설을 준비중이다. 그는 "인간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탐구하기 위해 이미 3천페이지의 글을 썼지만 말로 설명하기가 어렵다"면서 "그것에 대한 해답은 소설에 제시한 상황과 인물을 통해 독자들이 각자 찾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사실주의 기법으로 쓰기보다 상상력을 넓힐 수 있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즐겨 다룬다"는 그는 "19세기 작가들처럼 소설을 통해 시대상을 그려내겠다는 야심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텔레비전과 인터넷 등 강력한 매체들이 등장한 뒤 역동성이 부족한 문학이 젊은 독자들을 점점 잃어가는 것이 현실"이라면서도 "작가가 창의력을 어떻게 발휘하느냐에 따라 문학의 역동성을 회복할 수 있으며, 나 자신 그런 일을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주로 오전 8시부터 낮 12시 30분까지 집필한다는 그는 글을 쓸 때 반드시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들어야 하며, 사흘에 한 개비씩 담배를 피운다고 밝혔다. 그는 "사흘에 한 개비 이상 피울 경우 황홀한 상태가 유지되지 않는다"며 "이는 남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개인적 습관"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7일 내한한 그는 20일과 22일 서울과 부산의 교보문고에서 독자 사인회를 가진 뒤 24일 출국할 예정이다. 베르베르는 지난 94년 「개미」 홍보차 내한한 적이 있다.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ckch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