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아침] 수영장에 펼쳐진 우리의 자화상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세 사람이 수영장에 꼿꼿이 서서 한쪽을 바라보고 있다. 공간을 감싸고 있는 파스텔 색조와 인물들의 자세가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사진은 슬로바키아 사진가 마리아 슈바르보바의 ‘수영장 시리즈’의 하나다. 슈바르보바는 작품마다 수영장을 배경으로 여러 인물을 등장시킨다. 그런데 모두 인형처럼 무표정하고 굳어 있다. 실내 수영장은 도시적인 공간이고, 그 속의 사람들은 자유로운 현대인들이다. 그런데 수영장은 가장 통제가 심한 공간이기도 하다. 표면적으로는 자유를 누리고 있지만, 각자가 속한 거대한 시스템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은 저 수영장 속 세 사람과 닮아 있다.

슈바르보바 작품의 매력은 독창적인 표현방식에 있다. 흉내 내기 어려운 색감, 수면 위와 아래의 대칭구조, 따뜻함과 차가움을 동시에 지닌 꿈결 같은 분위기는 단번에 우리의 시선을 잡아 버린다. (자료제공 사진갤러리 옐로우코너)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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