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론은 노동자들의 임금이 올라 노동소득이 증가하면 소비도 증
[시론]

소득주도성장 성공의 조건들

입력 2018-09-12 18:29:08 수정 2018-09-13 00:04:44
"임금은 시장에서 결정되게 하고
취약층 복지 등에 재정지출 확대
분배 개선하며 소비 늘도록 해야"

최 인 < 서강대 교수·경제학 >
소득주도성장론은 노동자들의 임금이 올라 노동소득이 증가하면 소비도 증가해 결국 경제가 성장한다는 이론이다. 이때 자본가에게 귀속되는 소득은 감소하지만 노동자들이 자본가들보다 추가로 생기는 소득을 소비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므로 소비가 증가할 것이라고 소득주도성장론은 주장한다. 즉, 경제성장과 소득분배 개선이 동시에 달성된다는 것이다.

소득주도성장론은 포스트 케인지언에 속하는 소수의 학자들이 주장하는 이론이다. 폴란드 출신 경제학자 미하우 칼레키(1899~1970)가 쓴 논문들이 이 이론의 출발점으로 종종 인용된다. 소득주도성장론자들이 쓴 논문의 피인용지수는 비교적 낮은 편인데 이는 대다수 경제학자가 이들의 의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이들의 주장에 대한 실증적 검증은 없지는 않으나 매우 빈약한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론은 현 한국 정부 경제정책의 3대 축 중 하나이므로 한국에서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노동소득의 증가는 소비 증가를 가져온다는 소득주도성장론자들의 주장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노동소득의 증가가 단기적 경제 성장을 가져 오려면 몇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 소비 외에 총수요를 구성하는 투자와 순수출이 임금이 증가할 때 발생하는 소비 증가분보다 더 감소하면 안 된다. 투자와 순수출은 자본소득이 줄고 임금이 오름에 따라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기업 내에 자금이 적어지면 투자는 줄 것이고 수출품의 가격이 상승하면 수출이 감소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총공급이 감소하면 안 된다. 더 구체적으로 임금 상승이 고용의 감소를 야기하면 소득주도성장론이 성립할 수 없다. 고용감소는 전체 노동소득의 감소로 이어져 소비가 오히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소득주도성장론자들은 이런 점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으며 임금상승이 생산성을 높여 고용감소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곤 한다.

소득주도성장의 조건은 현재 충족되고 있을까. 일단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세 분기 동안의 데이터를 통해 소비, 투자, 순수출을 검토해 보자. 우선 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분기성장률이 평균 3.2%로 지난 정부의 평균성장률 2.1%보다 높다. 이는 고무적인 결과다. 투자와 순수출은 혼동되는 신호를 보인다. 투자는 지난 정부 시절보다 다소 증가했으나 순수출은 감소했다. 순수출의 감소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결과인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순수출의 감소가 지속되면 한국과 같은 개방경제에서 경제성장은 더욱 힘들어진다. 취업자 증가율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현저히 감소했다. 지난 정부의 취업자 증가율은 월평균 1.53%였는데 작년 10월부터 올 7월까지의 증가율은 월평균 0.62%에 불과했다. 이는 소득성장론의 성공조건이 공급 측면에서 충족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국민소득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한국에서는 소득주도성장론이 경제성장의 통로로 여기는 국내 소비의 증가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마땅하다. 그러나 최저임금 상승을 통해 이를 이루고자 하는 것은 여러 문제를 촉발할 수 있다.

첫째, 기본적으로 임금은 시장에서 수요자와 공급자의 합의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 국가의 지나친 노동시장 개입은 노동시장의 비효율과 실업을 발생시킬 수 있다. 둘째, 최저임금은 이미 지나치게 정치 쟁점화돼 정책 수단으로 이용할 때 너무 큰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초래한다.

소비를 늘리고 분배를 개선하는 방법이 최저임금 인상뿐만은 아니다.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지출 증가, 적극 소비층의 소득에 대한 감세, 소비를 장려하는 세제개편 등도 이런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이런 재정정책은 투자, 순수출, 고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최저임금 상승을 통한 소비 증대는 총수요와 총공급의 다른 변수들에 영향을 미쳐 경제성장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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