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극동은 한국 기업엔 기회와 도전의 땅이다. 1990년 노태우 대통령의

"극동은 기회의 땅"… 주요 기업들 '북방경제 TF' 안 만든 곳이 없다

입력 2018-09-12 17:32:53 수정 2018-09-13 00:57:11
롯데 연해주 농장 성과 뚜렷
이낙연 총리 "식량 무기화 대비해야"

해운물류·건설사들도 관심 커져
대림산업·장금상선 등 진출 채비

한·러, 보이지 않는 불신 걷어내야

러시아 우수리스크시(市) 인근에 있는 롯데 미하일로프카 연해주농장 입구에 커다란 롯데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롯데그룹 제공


러시아 극동은 한국 기업엔 기회와 도전의 땅이다. 1990년 노태우 대통령의 북방외교 이후 역대 정부마다 수많은 협력 프로젝트를 내놨지만 제대로 결실을 맺은 건 거의 없다. 문재인 정부가 ‘나인브릿지’라고 불리는 철도·가스 등 9개 분야의 협력사업을 제시하는 등 신북방정책을 추진하면서 새로운 기회가 창출되고 있다. 주요 대기업 중 북방경제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리지 않은 곳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기업은 롯데다. 극동 제2의 도시 우수리스크 인근에 있는 안양시 두 배 정도 크기의 농장에서 콩, 옥수수 등의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생산량의 상당수가 러시아 내수용이지만 최근 롯데 연해주 농장은 해외 식량기지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올 들어 처음으로 생산량 중 일부를 한국으로 역수출했다.

12일 롯데 연해주 농장을 방문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식량을 무기로 삼는 일이 빈번히 벌어지고 있다”며 “정부도 정책적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격려했다.

극동에 진출해 있는 한인 기업은 37곳이다. 이 중 7개가 롯데와 같은 농업기업이다. 농업 분야는 남·북·러 3각 협력 사업 중에서도 가장 먼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전명수 블라디보스토크 경제서비스대 교수는 “북한의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한 영농사업뿐만 아니라 남·북·러 공동으로 종자 개량을 위한 연구개발도 이뤄질 수 있다”며 “곡물 터미널 같은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고, 판로를 다변화하는 데 한국 정부가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극동개발공사가 각종 세제 혜택을 제시하는 등 외국인 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면서 해운물류 및 관광, 인프라 건설, 수산물 가공 등의 영역에 진출하려는 국내 기업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한 기업 관계자는 “대림산업만 해도 경영진이 러시아 극동에서 적극 기회를 찾으라는 특명을 내렸다고 들었다”며 “아직 시장조사 단계지만 인프라 수요를 노리는 건설회사들의 발길이 꽤 잦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해운물류 기업도 미래로 도약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DBS페리는 러시아 자루비노항과 부산을 잇는 정기노선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 일본 돗토리현과의 삼각 ‘관광 루트’도 가능할 전망이다. 중견 물류기업인 장금상선은 블라디보스토크 사무소를 올해 법인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극동개발공사 측은 블라디보스토크 자유무역지대에 입주한 기업 중 7%가량이 외자기업이라며 블라디보스토크의 개방정책은 이제 막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한계도 만만찮다. 한·러 간 보이지 않는 불신의 장벽이 높다는 게 현지 기업인의 공통된 얘기다. 현대중공업만 해도 현지 파트너와 합작해 6000만달러를 투자, 고압저감장치 공장을 건설했지만 운영도 제대로 해보지 못한 채 지난해 철수했다. 회수 금액은 1000만달러가량에 불과했다. 파트너사가 약속했던 국영 전력회사로의 납품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게 불화의 원인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로서도 불신을 갖기는 마찬가지다. 극동개발공사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은 투자보다 사업권을 따서 이득만 보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일본 기업은 문의는 적지만 한번 진행하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블라디보스토크=박동휘/김채연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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