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이른바 ‘강남 발언’은 치솟는 서울 집값으로
[편집국에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위한 변명

입력 2018-09-11 17:50:44 수정 2018-09-12 00:09:45
대중의 공분 산 '강남 집값 발언'
서민주거복지 책임지겠다는 취지
정부 신뢰 회복할 대책 절실

손성태 정치부 차장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이른바 ‘강남 발언’은 치솟는 서울 집값으로 가뜩이나 성난 민심에 불을 질렀다. 장 실장은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설명하며 “모든 사람이 강남에 가서 살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살아야 될 이유도 없고 거기에 삶의 터전이 있는 것도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도 거기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말씀드리고 있는 것”이라고 사족을 달았다. 이게 논란을 자초했다. 강남 진입을 꿈꾸는 비(非)강남 및 수도권 거주 서민들을 허탈하게 했고, 강남 대(對) 비강남을 구분하는 차별적 언사로 비쳐진 탓이다.

장 실장의 이런 발언은 금세 퍼져나갔고 그가 실제 말하고자 했던 취지는 묻혀버렸다. 장 실장은 이날 부동산 시장을 두 영역으로 구분해 설명했다. ‘그들만의 리그’로 불리는 최고가 주택시장은 정부가 관여하지 않는 대신 서민주거만큼은 투기적 수요를 차단해 확실히 책임지겠다고 했다.

그는 “최고의 부자들이 모여 사는 맨해튼 한가운데, 또는 배우들이 사는 로스앤젤레스(LA) 베벌리힐스의 주택 가격을 왜 정부가 신경 써야 되느냐”고 반문했다. 소위 가진 자끼리 핑퐁게임을 하듯 주고받으며 가격을 밀어올리는 것을 정부가 무리하게 개입해 끌어내릴 이유가 없다는 취지다. 장 실장은 투기적 거래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세금을 부과해 (이익의 일부를) 환수하면 된다”고 말했다.

과거 역대 정권마다 강남 집값을 타깃으로 삼지 않은 적이 없었다. 강남이 빈부 격차의 진원지로 지목된 데다 ‘백약이 무효’인 것처럼 오르는 강남 집값에 허탈해하는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이라도 달래보겠다는 정치 논리가 한몫했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장 실장도 처음부터 강남 집값에 집착하는 부동산정책을 마뜩잖아 했다. 그는 “새 정부 들어 강남4구를 포함한 일부 지역 집값이 크게 올랐다”며 “이건 정부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시인했다. “정부가 강남 집값에 너무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는 소신을 밝히는 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장 실장은 대신 “국민 주거 복지, 주거 필수를 위한 주택만큼은 시장에 따르지 않아도 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싱가포르는 시장경제를 하지만 국민주택 규모의 주택은 정부가 100% 공급한다고 예를 들었다. 미국도 저소득층에 정부가 주택을 공급한다고 했다.

그는 “국민 실거주를 위한 수요는 시장에 맡겨야 될 이유가 없다”며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론도 꺼내 들었다. 장 실장이 이날 가장 강조하려던 메시지는 “국민의 삶을 위한 주택은 시장이 이길 수 없다”는 발언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발언이 와전돼 사면초가에 몰린 장 실장은 억울하다고 느낄지 모르겠다. 자신은 서울 강남 등 재테크를 위한 투기적 거래가 벌어지는 곳에 헛심을 쓰는 대신 서민들을 위한 주택시장만큼은 확실하게 잡을 테니 믿어달라고 했을 뿐인데, 전체 발언의 앞뒤가 싹뚝 잘려나간 채 ‘강남 발언’만 남았다고 느낄 수 있다.

장 실장에게 실언(失言)을 만회할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추석 이전에 강력한 수요 억제와 공급 확대방안을 담은 부동산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번 종합 대책에서 서민의 주거 안정에 초점을 맞춘 장 실장의 정책적 진의가 얼마나 반영될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국민의 기본적인 주거복지를 책임지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뒷받침하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온다면 다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정부를 시험하려 들지 말라”는 장 실장의 단언이 빈말이 아니길 기대한다.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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