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당 '출산주도성장' 문건 보니… 20년간 356조 소요

'선별' 대신 보편적 복지

매년 40만명 출생 가정 때 출산장려금만 年 8조원 들어

"문재인 정부 공무원 증원 예산 돌려쓰면 충분히 가능"
자유한국당이 저출산 대책으로 출생자 1명당 성인(20년)이 될 때까지 총 1억원을 지원하자는 이른바 ‘출산주도성장’을 꺼내들자 찬반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한국당은 그동안 복지 정책을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하는 ‘선별적 복지’를 주장해왔지만 이번에 내놓은 대책에는 이 같은 단서조항이 빠져 있다. 한국당이 저출산 문제를 고리로 정책노선을 일부 수정해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보편적 복지’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현 정부 정책기조인 ‘소득주도성장’의 대항마로 출산주도성장을 내세웠다. 신생아 1명당 출생 격려금 2000만원을 일시에 지급하고 대학 진학 전인 20년이 될 때까지 8000만원을 더 보조하자는 내용이다. 그러자 여당과 다수 시민단체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며 비판에 나섰고 이 정책을 놓고 여론조사까지 이뤄졌다. 논쟁은 아직까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취재 결과 이 정책을 최초 제안한 이는 김기선 의원(재선·강원 원주갑)으로 밝혀졌다. 김 의원은 교섭단체 대표연설 직전 ‘아이 낳으면 국가가 1억원 들여 기르겠다’는 제목의 검토문건을 김 원내대표에게 건네 연설문에 관련 내용이 포함되도록 했다. 김 의원은 “출산주도성장이라는 이름은 김 원내대표가 직접 넣었고 관련 비용추계를 제공해 근거로 뒷받침했다”고 설명했다.

검토 문건에 따르면 매년 40만 명이 태어난다고 가정했을 때 2000만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면 매년 8조원이 든다. 여기에 1인당 매년 바우처 식으로 400만원(월 33여만원)을 보조하면 해마다 1조6000억원의 예산 부담이 증가한다.단순 계산대로라면 이렇게 20년간 출산장려금 160조원, 육아지원 수당 336조원이 지출돼 496조원이 든다. 김 의원은 기존에 지급되는 아동수당 등 출산지원책 예산을 통합하면 140조원이 절감돼 356조원으로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 들어 임기 중 증원을 약속한 공무원 17만4000여 명에 대한 재정부담 330조원을 돌리면 충분히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료에는 한국당이 그동안 주장해온 ‘고소득자를 배제한 차등 복지’가 빠져 있다. 김 의원 측은 출산율 제고에 성공한 프랑스 사례를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한국당이 저출산 이슈 선점에 나서면서 불가피하게 보편적 복지를 일부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 의원은 “우선 발상의 전환을 통해 공론화가 시급하다고 판단해 정책 제안을 한 것”이라며 “저출산 문제에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면 그때 소득계층별 차등 적용 여부를 정밀하게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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