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63·사진)이 7일 일감이 바닥 난 해양사업본부 구조

현대중공업 사장의 호소 "인건비 中의 3배, 싱가포르의 6.5배"

입력 2018-09-07 17:56:02 수정 2018-09-08 00:19:31
"해양사업 구조조정에 동참해 달라"
"월급 520만원 vs 80만원…수주 경쟁 되겠나"

"해외사업본부 인건비 비중 20%
희망퇴직 등 없인 회생 불가능"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63·사진)이 7일 일감이 바닥 난 해양사업본부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임직원의 동참을 호소했다. 원유와 가스 시추·생산 설비를 제작하는 이 회사 해양사업본부는 2014년 11월 이후 46개월째 수주가 없어 지난달 21일부터 조업을 중단했다. 현대중공업은 해양사업본부 유휴 인력 2000여 명에 대해 희망퇴직과 무급휴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노조의 반발로 진통을 겪고 있다.

강 사장은 이날 ‘현대중공업 임직원 여러분께’라는 제목의 담화문을 통해 “우리 회사의 1인당 월평균 인건비는 520만원으로 경쟁국인 중국 조선업체(169만원)의 3배, 동남아시아 노동자를 활용하는 싱가포르(80만원)의 6.5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양사업본부 원가 중 인건비 비중이 20%에 달해 중국(6%)과 싱가포르(3%)를 크게 웃돈다”며 “수주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3월 영국 석유회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발주한 토르투 해양플랜트 사업을 중국 코스코에 빼앗겼다. 지난해 12월엔 싱가포르 샘코프마린에 밀려 해양플랜트 수주에 실패했다. 당시 현대중공업 등 한국 조선사들이 발주처에 제시한 가격은 샘코프마린보다 8000만달러(약 898억원)가량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이 기업의 영업 비밀로 꼽히는 임금 등 원가 구조까지 공개한 것은 강력한 구조조정에 나서지 않으면 해양사업본부는 물론 현대중공업 전체가 무너질지 모른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직원들을 희망퇴직시키고 싶은 경영자가 어디 있겠느냐”며 “수치까지 언급하면서 우리의 민낯을 드러낸 이유를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해양사업본부는 연간 임금으로 1500억원, 퇴직금과 기타 급여를 포함하면 1920억원의 인건비가 발생한다”며 “향후 3년간 신규 수주가 없다면 인건비 손실액이 6000억원에 달해 현대중공업 전체가 어려움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선사업본부 일감을 해양사업본부와 나누고, 외부 협력업체에 맡기던 일감을 해양사업본부가 가져오자는 노조의 제안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강 사장은 “조선사업본부는 지난해 7월부터 일감이 부족해 휴업과 휴직을 반복하고 있고 지금도 230명이 휴업 또는 휴직 중”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은 해양사업뿐만 아니라 조선부문에서도 일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2016년과 지난해 ‘수주절벽’이 극심했던 탓이다. 조선사업본부는 지난해 1146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데 이어 올 상반기에는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2452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그는 “조선사업본부도 일감이 부족해 해양사업본부와 물량을 나눌 형편이 못 된다”고 했다.

강 사장은 해양사업본부 근로자들의 높은 임금 수준을 감안할 때 협력업체의 조선 일감을 대신 처리하는 방법도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그는 “협력사 인건비는 본사의 65% 수준으로 본사가 직영하면 회사가 부담해야 할 인건비가 급증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철강 업체에서 공급받는 조선용 후판(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가격이 올라 원가 부담도 커졌다. 후판이 선박 건조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달한다.

강 사장은 “여러분의 희생과 양보가 없다면 해양사업을 계속 유지할 수 없다”며 “아무런 대책도, 희생도 없이 ‘무조건 안 된다’는 식의 태도는 회사를 더 어렵게 할 뿐”이라고 노조의 변화를 촉구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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