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아기곰 "부동산대책의 최대 피해지역은 용산과 여의도"

"용산·강남 버블 존재…서울 집값 떨어지기 어려울 것"
한양·대교·시범 등 여의도 주요 재건축 단지가 모여 있는 동여의도 일대
“서울 용산·여의도가 잇단 부동산 대책의 최대 피해지역입니다.”

인기 부동산 컨설턴트인 아기곰(필명·사진)은 “서울시의 용산·여의도 개발 마스터플랜 발표와 추진 보류 조치는 현 정부나 서울시장 임기 내에서 해제될 가능성이 없다”며 이처럼 말했다. 지난달 26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의 개발 계획이 집값 급등의 촉매제가 되는 부작용이 나타나자 용산과 여의도 마스터플랜 발표와 추진을 잠정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용산·강남에 버블 존재… 하지만 서울은 아직 저평가”

아기곰은 용산·여의도가 재건축·재개발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그는 “개발 논의 재개가 되면 집값이 오를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서울시가 마스터플랜 발표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기곰은 이어 “이번 발표가 ‘취소’가 아닌 ‘보류’이니 언젠가 재개될 거라고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며 “형식적으로 발표는 보류라고 했지만 실질적으로 취소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여의도와 용산에선 재건축 재개발 추진이 본격화되고 있다.서울시의 기본 입장은 전체 개발에 대한 밑그림(마스터플랜)을 그린 후에 개별단지의 정비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기곰은 “결국 전체 개발과 개별 단지들의 개발 모두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 버렸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현재 서울 일부 지역의 주택가격에 거품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 용산과 강남은 고평가 된 부분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용산과 서초구, 강남구는 2006년 만큼은 아니어도 버블이 차오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그 다음으로 강동구와 성동구, 송파구 등에 약간의 버블이 있다고 본다”며 “이런 지역에 투자를 하는 것에 대해선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만간 이와 관련한 객관적인 분석 결과를 ‘한경 집코노미’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일부 지역에 거품이 있긴 하지만 서울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저평가되어 있다고 아기곰은 진단했다. 따라서 당분간 서울 집값이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미중 무역전쟁과 신흥국 경제위기 등이 국내 경기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면서도 “지금까지 많은 위기설과 위기가 있었고 그에 대해 잘 대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로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중국의 제조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며 “이렇게 되면 한국의 최대 경쟁국인 중국의 제조 경쟁력이 일정부분 약화되고 기술유출 가능성도 낮아진다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이 국내로 돌아온다면 국내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집값 떨어뜨리기 어려울 것”그는 최근 잇따르고 있는 부동산 대책이 서울 집값을 떨어뜨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아기곰은 “지난해 8.2 조치가 나온 뒤 오히려 규제가 많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값이 많이 오르고, 규제가 약하거나 없는 지역은 아파트 값이 적게 오르거나 내렸다”며 “이같은 현상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8.2 조치가 시장에서 역효과를 낸 이유는 주택 소유자들이 집을 팔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라며 “같은 이유로 올해 8·27 부동산대책 역시 정부가 기대하는 약효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8.27 부동산 대책을 통해 동작구, 동대문구, 중구, 종로구를 투기지역으로 신규 지정했다. 경기 광명시와 하남시는 투기과열지구로, 평촌 구리 광교는 조정대상지역으로 선정했다. 아기곰은 “신규 조정대상지역 이외 지역에서 이미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8.27 조치로 인해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적다”며 “꽁꽁 묶인 거래가 풀리지 않으면 집값이 떨어지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집 값 올랐지만 내 집 마련 늦추면 안 된다”

아기곰은 “집은 주식처럼 단기간에 사고 팔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며 “고민 끝에 좋은 아파트를 샀다면 하루하루 시세 변화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느긋한 마음으로 보유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직 내집마련을 하지 못한 실수요자는 정부 대책 발표에 따른 조정기를 노려 집을 매입하라고 조언했다. 아기곰은 지난 7월 ‘한경 집코노미’와 인터뷰에서도 “가을부터 집값이 급등할 것”이라며 “실수요자는 서둘러 집을 사라”고 조언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아기곰은 “당초 가을 이사철이 오면서 상승세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는데 박원순 서울시장의 개발 호재 발언들이 나오면서 예상보다 일찍 급등세가 나타났다”며 “실수요자 입장에선 내 집 마련 적기를 놓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해서 내 집 마련 시기를 더 늦추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기곰은 “집값에 관성이 있어서 한 번 오르면 엄청난 경제위기가 오지 않는 한 잘 떨어지지 않는다”며 “상황에 따라 집값이 조정을 받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상승 추세인 만큼 내 집 마련 시기를 늦출수록 자금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좋은 아파트를 사기 위한 노하우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전세는 수요와 공급에 가장 민감한 시장”이라며 “전세가가 오르는 지역은 공급이 많지 않다는 뜻이기 때문에 이런 지역의 아파트를 사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도권에선 서울 직장에 1시간 안에 출퇴근할 수 있으면서 전세가격이 받쳐주는 지역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