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기온이 31도에 달한 지난 22일 오후 서울 강서구 한 주택가. 전기공사기

10㎏ 장비 들고 전봇대 오르는 그들… 절반이 50·60대

입력 2018-06-26 17:15:08 수정 2018-06-27 02:05:40
전기공사기술자
평균연령 51.5세

스마트스틱 공법 의무화
무거운 장비 매달아 공사
체력소모 많아 부담 커져

젊은 층 "위험하다" 기피
일당 높아 진입장벽 형성

전기공사기술자들이 서울 강서구 주택가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최고 기온이 31도에 달한 지난 22일 오후 서울 강서구 한 주택가. 전기공사기술자 두 명이 트럭과 연결된 흰색 바스켓에 실려 전봇대 위로 올라갔다. 손에는 2m 길이의 노란색 막대기가 들려 있었다. ‘스마트스틱’이다. 작업자가 전선에 닿아 감전되는 것을 막아주는 안전장비다. 작업자는 공구를 손에 들고 작업하지 않고 스마트스틱 끝에 달아 작업한다. 이 스틱 무게는 2.5㎏이지만 2~4㎏인 절단기, 피박기 등을 달아 작업해야 하기 때문에 체감 무게가 10㎏ 이상이라고 한다. 간단한 작업 하나를 하는 데 시간은 20~40여 분이 걸린다. 공사를 마치고 내려온 기술자들은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두 작업자는 각각 56세, 51세였다. 곧장 그늘로 가 물을 들이켜고 난 기술자 A씨는 “이 바닥에 50대가 가장 많다. 40대 이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공사기술자 고령화 심각

전봇대에 올라가 공사하는 전기공사기술자가 고령화되고 있다. 평균연령이 만 50세를 넘어섰다. 한국전기공사협회(전기협)가 등록 기술자 6만4998명의 평균 연령을 계산한 결과 51.5세에 달했다. 만 50세 이상은 절반이 넘는 3만4976명(55.8%), 60대 이상도 1만4097명(21.7%)에 이르렀다. 20~30대 기술자는 8763명(13.5%)에 불과했다.

업계에서는 전기공사기술자의 고령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봇대·송전탑 등에 올라 장시간 작업해야 해 체력 소모가 많은 데다 올해부터 한국전력이 간접활선공법을 도입해 부담이 더 커졌다. 길이 2m, 무게 2.5㎏의 스마트스틱에 3~4㎏ 장비를 매달아 작업하는 공사 방식이 간접활선공법이다. 전기협 관계자는 “전기공사는 그냥 일해도 힘든데 장비 때문에 고령 작업자가 더욱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대중 인식보다 안전한 전기

전기공사기술자의 평균연령이 이처럼 높아진 이유에 대해 전기협 관계자는 “전기공사는 위험하다는 선입견 때문에 청년들이 새로 유입되지 않고 있다. 다른 업종과 비교해 안전한 편인데도 인식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의 ‘2017년 산업재해 발생현황’을 보니 이 말은 사실이었다. 지난해 전기·가스·수도업 산업재해 인원은 87명으로, 광업(1897명)과 건설업(2만5649명)보다 적었다. 근로자 1만 명당 사망자 수도 0.53명으로 건설업(1.9명), 운수·창고통신업(1.44명)보다 적었다.

고령화의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전기공사기술자의 하루 임금이 높기 때문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임금이 높아서 보이지 않는 진입장벽이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기존 기술자들이 후임자 양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라는 설명이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송전활선전공의 올해 상반기 노임은 하루 40만8278원으로 건설 관련 직종 중 가장 높다. 이어 배전활선전공(38만3347원) 송전전공(38만5403원) 순이다. 모두 전기공사기술자가 맡는 직종이다.

전기공사업계에서는 고령화와 곧 닥칠 인력난에 대비해 해결책 마련에 나섰다. 전기협 관계자는 “남북한 관계가 하루가 다르게 개선되고 있는데 북한에서 전기공사를 해야 할 때 인력이 턱없이 모자랄 것”이라고 했다. 전기협은 지난달 광주광역시에 사는 고려인 10명을 대상으로 배전교육에 나섰다. 국내 청년도 모집 중이다. 전기협 관계자는 “배우려는 의지가 있는 청년이라면 누구나 비용을 들이지 않고 전기공사 실무를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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