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낮 12시, 점심을 먹기 위해 도청사를 빠져나오는 직원들의 표정은 하나

"여직원 챙겨 인기 많았는데…" 도청 직원들 '허탈'

입력 2018-03-06 17:57:59 수정 2018-03-07 03:12:29
'安지사 추문' … 도청·시민 반응
"신뢰받는 도정 홍보에 캄캄"
도지사 관사 유리창 파손도
도청노조 "어떤 변명도 용납안돼"
6일 낮 12시, 점심을 먹기 위해 도청사를 빠져나오는 직원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허탈해 보였다. 삼삼오오 식당에 둘러앉아서는 어제까지 자신들이 모셨던 안희정 충남지사가 연루된 ‘미투’ 추문에 황당해 하면서 배신감을 표출했다. 도청 인근 칼국수집에서 만난 공무원 김모씨(34)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어떻게 하룻밤 사이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고 한숨을 쉬었다.

남궁영 행정부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도청 조직이 시스템적으로 움직이는 만큼 업무에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홍보 담당 한 직원은 “그동안 정의와 인권을 대변하는 이미지를 부각시켜 신뢰를 얻었는데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며 “어떻게 도민에게 다가가야 할지 앞이 캄캄하다”고 털어놨다.

여직원들이 받은 충격과 배신감은 더했다. 한 여직원은 “여직원을 잘 챙기는 스타일이라 여자 공무원들 사이에서 안 지사의 이미지가 좋은 편이었다”며 “뉴스를 접하고는 배신감이 치밀고 심장이 떨려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미투 운동을 비롯해 평소 인권에 대한 소신을 이야기한 당사자가 성폭행범으로 지목된 데 대해 할 말을 잃었다는 설명이다.

도의 한 고위 공무원도 “비서실이나 다른 부서에도 여직원이 많다”며 “그래서인지 안 지사가 여성 수행비서를 임명했을 때 갸우뚱하긴 했지만 이런 일까지 상상한 직원은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홍성의 안 지사 관사에 더불어민주당 당원이 무단침입해 유리창을 파손(사진)한 사건도 벌어졌다.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용의자는 관련 보도를 접하고 분노가 치밀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청을 찾은 민원인 박모씨(55)는 “도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리더로 생각했는데 어이없는 일을 겪고 보니 권력이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충청남도 공무원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막강한 권력을 가진 자가 수행비서를 반복적으로 성폭행했다는 것은 어떤 변명으로도 용납할 수 없다”며 성역 없는 수사와 강력한 형사 처벌을 요구했다.

홍성=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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