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가파른 원화 강세가 한국 경제와 기업의 수출 경쟁력에 큰 부담을

"원화 강세 너무 가파르다… 실효환율, 외환위기 직전 수준"

입력 2018-01-29 18:22:25 수정 2018-02-02 17:13:24
심상찮은 원고(高)

한경연 긴급 좌담회

"약달러에 반도체 등 일부 산업 호황 겹쳐
원·엔 환율도 5년 만에 30% 이상 하락
기업 수출 경쟁력↓… 큰 충격 올 수도"

한국경제연구원이 29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원화강세의 파장과 대응방향’에 대한 좌담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김정식 연세대 교수,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권태신 한경연 원장, 채희율 경기대 교수, 김소영 서울대 교수. 김범준 기자 bjk@hankyung.com


최근의 가파른 원화 강세가 한국 경제와 기업의 수출 경쟁력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반도체 등 일부 산업의 호황과 미국의 달러 약세 통화정책 등이 맞물리면서 원화 가치가 한국 경제의 기본 체질에 비해 고평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제 전문가 사이에선 1997년과 같은 외환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원화 가치 얼마나 올랐나

한국경제연구원은 29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서 ‘원화 강세의 파장과 대응방향’에 대한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이날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최근 원화 강세가 한국 경제의 기본 체질에 비해 과도한 수준이라고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원·달러 환율은 2012년 달러당 평균 1126원88전에서 올 1월 1066원65전으로 하락했다. 올 들어서는 하락세가 더 가팔라지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은 상대적으로 하락세가 크지 않았다. 이로 인해 원·엔 환율은 2012년 100엔당 평균 1413원14전에서 올 1월 957원47전으로 30% 이상 급락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구매력과 물가수준을 고려한 실질실효환율 측면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1997년 외환위기에 근접할 정도의 수준”이라며 “앞으로 환율이 10%가량 더 떨어지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원화 고평가 원인은

원화가 고평가된 원인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일부 산업 수출 호황 △세계 경제 호조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 심리 △한·미·일 주요국 통화정책의 차이 △미국의 달러화 약세 정책 등으로 분석됐다. 한·미·일 3국의 정치·외교 정책도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로 거론됐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 일본 유로존 등 주요 선진국이 자국 통화를 경쟁적으로 평가절하하기 위한 환율 전쟁을 벌이면서 신흥국 통화가 전반적으로 평가 절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고평가된 원화 가치가 국내 기업의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학회장(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은 “국내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2010년 82%에서 지난해 71%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일부 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제조업은 장기 불황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외환위기에 대비해야”

앞으로 환율 변동성은 커질 전망이다. 채희율 경기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흥국 경제 돌발상황 발생,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신흥국에 유입된 자금이 빠졌다가 다시 재유입되는 등의 양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 추세가 지속될 경우 “제2의 외환위기가 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김소영 교수는 “원화 강세로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하락하면서 경상수지가 급격히 악화되면 경제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자본이 급격히 유출되고 환율이 급등하는 외환위기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오 교수도 “원화가 고평가되면서 최근 해외 자본의 국내 주식 투자와 은행권의 해외 차입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며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의 금융위기는 항상 통화가치 고평가에서 시작된다”고 주장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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