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장판사들 'PC 강제조사' 잇단 비판… 법원 '술렁'

"법적 근거, 절차적 정당성, 공정성 없는데 누가 수긍하겠나"

중진 3명 잇단 문제 제기 '이례적'
"법관 동의 않는 PC 강제 개봉… 영장주의 형사법 대원칙 위반"
법관들 "적법성 등 객관적 망라 누구도 반박 어려운 글" 평가

비판에도 아랑곳 않는 추가조사위
주광덕 의원의 법관 고발건에… 조사위 "신경쓸 것 없다" 자신감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추가조사위원회(위원장 민중기 부장판사)가 이해하기 힘든 월권적 행태를 보인다는 법관들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문제를 지적하고 나선 법관들이 모두 법원의 주축이라 할 부장판사라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추가조사위의 활동 자체가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까지 제기돼 파장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부장판사 3명 잇단 문제 제기… “이례적”김태규 울산지방법원 부장판사(51·28기)는 지난 2일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법관이 다른 법관의 컴퓨터를 강제로라도 꼭 열어볼 필요가 있었을지?”라는 글을 올렸다. 당사자 동의 없는 PC 개봉의 절차적 정당성·공정성 문제 등을 조목조목 짚은 내용이다.

앞서 두 명의 부장판사가 내부망에 글을 쓴 데 이은 세 번째 문제 제기다. 부장판사들이 법원 내 이슈를 놓고 내부망에 연이어 글을 쓴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김 부장판사는 법관이 동의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PC 강제 개봉’을 감행한 추가조사위에 대해 “법원칙에 대해 엄격하고 신중해야 할 법원이 영장주의라는 형사법의 대원칙에 위반된다는 의심과 구설에 오를 수 있는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추가조사위의 편향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김 부장판사는 “무언가 잘못됐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의 눈으로 사안을 본다면 같은 사안도 의혹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단순한 인사카드나 메모를 블랙리스트라고 확대 해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도 했다.

의혹이 제기된 배경 자체도 “구체적 근거가 없다”며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만약 이번 조사에 또 다른 배경이 있어 추가 조사를 하면 그때도 현재 위원들의 컴퓨터를 강제 조사하고 그 결과를 수용해야 하는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여러 문제를 객관적으로 망라해 ‘반박하기 어려운’ 글이라는 게 다수 법관들의 평가다.

◆“김명수 대법원장, 훗날 책임져야 할 것”앞서 서경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52·21기)는 “당사자 동의 없는 컴퓨터 강제 조사는 위법하다”는 글을 올렸다. 부장판사급인 이숙연 부산고법 판사(50·26기)도 가세했다.

이 판사는 “판사들에 대한 뒷조사 파일의 작성 및 관리가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죄에 해당하려면 해당 파일에 기재된 법관들에 대한 불이익 조치 등이 있어야 한다”며 “불이익 조치의 존재에 대해서는 현재까지도 소명된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블랙리스트의 기본 요건인 ‘피해자’조차 없다는 설명이다.

부장판사가 3명이나 나선 것은 법원 내 부정적인 기류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일부 판사가 무리한 주장을 하더라도 윗선에서 선을 그어주는 게 대법원장 역할이 아니냐”며 “김명수 대법원장이 훗날 이를 어떻게 책임질지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판사는 “어설픈 판례를 들고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젊은 판사에게 가르침을 주는 듯한 모습”이라고 말했다.법원 안팎의 강력한 문제 제기에도 추가조사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조사 문제와 관련해 김 대법원장과 법관들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것에 대해 위원회 내부의 한 부장판사는 “신경 쓸 것 없다”고 말하며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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