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문턱에 왔지만 마냥 기뻐하긴 어렵다는 우려가 많

선진국으로 가는 길 3대 적은 (1) 고비용·저효율 구조 (2) 포퓰리즘 (3) 규제

입력 2017-12-31 19:47:28 수정 2018-01-01 02:31:15
도전 2018, 국민소득 3만달러 넘어 4만달러로 가자

경제전문가 102명 설문조사
"구조개혁 통해 성장잠재력부터 확충을" 63%
"소득 4만달러 시대 진입 7~10년 걸릴 것" 46%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문턱에 왔지만 마냥 기뻐하긴 어렵다는 우려가 많다. 원·달러 환율의 가파른 하락세(원화 강세), 반도체 수출 호황에 기댄 성장률 반등으로 3만달러 진입이 유력해졌을 뿐 오히려 해결해야 할 구조적인 과제들은 여전하다는 판단에서다.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주요 기간산업에서는 신흥국과의 격차가 점차 좁혀지고 있는데 4차 산업혁명 분야 등 신(新)성장동력 발굴에선 거미줄 같은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좀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인구 고령화, 고착화한 저(低)성장 등으로 성장잠재력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어 지금까지처럼 선진국을 따라잡으려는 이른바 ‘캐치업(catch up) 전략’만으로는 4만달러 문턱을 넘지 못하고 십수년간 ‘3만달러의 함정’을 헤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68% “4만달러 준비 제대로 안 돼”

한국경제신문이 2018년 무술년(戊戌年)을 맞아 현대경제연구원, 민간 싱크탱크 FROM 100과 공동으로 국내 경제 전문가 102명을 대상으로 한 ‘국민소득 4만달러의 조건’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이 같은 우려가 짙게 묻어나 있다.

전체 응답자의 67.6%는 ‘4만달러 시대 도약을 위한 준비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고 평가했다. 과거 성장동력이던 제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데다 잇단 구조조정 실패로 오히려 일본처럼 장기 불황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구정모 한국경제학회장(강원대 교수)은 “제조업은 세계적인 저성장과 공급 과잉으로 갈수록 한계기업이 늘고 있다”며 “서비스업 역시 과도한 진입 규제와 신사업 추진에 따른 위험, 기득권층의 반발 등으로 발전이 가로막혀 있다”고 말했다.

4만달러 도달 시점에 대해서도 다소 비관적인 시각이 앞섰다. 가장 많은 응답자(전체의 46.1%)가 7년 이후~10년 이내를 꼽았다. 31.4%는 10년 후라고 답했다. 5년 이내라고 답한 응답자는 3.9%에 그쳤다.

“잠재성장률 추락 막는 게 급선무”

4만달러 도약을 위해 가장 시급한 해결 과제로 경제 전문가들은 ‘고(高)비용·저효율 구조 개선을 통한 성장잠재력 확충’을 들었다. 전체의 63.7%가 이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4만달러대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재정 건전성이나 경상수지는 양호하지만 2%대 후반까지 내려앉은 잠재성장률이 장애물이라는 지적이다.

3만달러 진입을 가로막은 최대 요인으로 ‘낮은 생산성과 비효율적인 경제구조’(52.9%)를 지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관료는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개혁이 관건인데, 기업과 금융 부문은 그래도 손질됐지만 공공과 노동 부문 개혁은 기득권층의 반발에 밀려 거의 손도 못 댔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해결 과제로 제시된 주력산업 구조재편 및 신산업 육성(24.5%)과 수출 중심 경제구조 탈피(8.8%) 역시 큰 틀에선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구체적인 수단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분배 강화를 통한 양극화 해소(2%) 등을 답한 경제 전문가는 소수에 그쳤다.

“규제와 포퓰리즘이 최대 적”

지속 가능한 성장의 걸림돌로는 정부 규제(27.5%)와 정치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 정책·47.1%)이 꼽혔다. 전문가들은 프랑스 독일 등 앞서 4만달러 해법을 찾은 국가들의 사례를 들어 반짝 인기에 기댄 일회성 정책을 가장 경계했다. 이보다는 국민의 인식 변화, 정부와 기업의 끊임없는 혁신, 정치권의 치열한 논쟁과 화합을 바탕에 둔 경제정책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업과 국민에 비해 뒤처진 정부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선진국 대비 경쟁력 수준을 10점 만점에 평균 5.1점으로 매겼다. 이에 비해 기업과 국민은 각각 7.2점, 5.9점으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은 “3만달러 달성에 도취하지 말고 단기적인 경기 부양보다 한국 경제의 취약 요인을 보완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해 국가 기초체력을 키우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FROM 100 대표)은 “경기가 회복세인 지금이 밀린 구조개혁의 적기”라며 “기득권 반발에 부딪혀 구조개혁에 실패하면 3만달러를 넘어서고도 장기간 트랩에 갇힐 공산이 크다”고 경고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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