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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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 가 보려면 반나절 이상 느긋하게 일정을 잡는 게 좋다. 청와대 뒷산까지 모두 개방돼 가볍게 등산을 하거나, 한양도성길 문화 산책을 즐길 수 있다. 1968년 북한의 청와대 기습 미수 사건 이후 폐쇄한 북악산과 인왕산 모두 지난 10일부터 전면 개방됐다. 백악정에서 만세동방까지 오르는 길은 지금까지 하나의 길이었지만 오른쪽으로 갈라지는 길이 새로 열렸다. 여름 내내 오전 7시(겨울엔 9시)부터 오후 7시(봄가을은 6시, 겨울엔 5시)까지 개방한다.

청와대에서 북악산에 오르는 신규 코스는 두 개다. ‘동편 코스’는 금융연수원 맞은편 춘추관 뒷길 또는 경복고 맞은편 칠궁 뒷길을 따라 백악정으로 가는 길이다. 만세동방, 청운대 쉼터, 백악마루를 거쳐 창의문 안내소로 내려오면 부암동까지 2시간이 걸린다.

두 번째 코스는 백악정에서 만세동방을 거쳐 숙정문을 지나 삼청 터널 옆 말바위 안내소로 내려오는 코스다.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청와대 뒤 등산로는 한양도성 순성길과 연결돼 북악산, 북한산으로 이어진다. 북악산 등산로에는 신라 진평왕 때 절터인 ‘법흥사터’, 조선 도성 4대문 중 정북에 있는 ‘숙정문’, 말바위와 부아암, 촛대바위 등 유적지가 곳곳에 있다.

18㎞에 달하는 한양도성 순성길을 서쪽으로 내려와 창의문 안내소에 다다르면 인왕산 자락에 있는 윤동주문학관을 만날 수 있다. 윤동주가 연희전문학교 재학 시절 인왕산에 올라 자연 속에서 시정을 다듬은 것으로 알려지며 10년 전 개관했다. 버려져 있던 청운수도가압장과 물탱크가 의미 있는 건축물로 인정받았고, 시인의 친필 시와 과거 사진 기록 등이 다양하게 남아 있다. 동쪽으로 내려오면 와룡공원, 간송미술관에 다다른다.

힘들게 등산을 하지 않더라도 서촌과 북촌 일대엔 가볼 만한 미술관과 즐길거리가 많다. 서촌의 박노수미술관, 통인시장과 서촌 세종마을이 대표적이다. 박노수미술관은 1937년 지어진 가옥으로 1973년부터 박노수 화백이 40년간 살았던 가치를 인정받아 서울시 문화재자료 제1호로 등록됐다. 한식 온돌과 마루, 벽난로와 아름다운 정원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북촌 방향으로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민속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에 들르거나 경복궁 경내를 걸어보는 것도 좋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