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 필사하는 '사경장', 무형문화재 된다
포교나 수행공덕을 위해 불교 경전을 필사하는 사경(寫經·사진)이 국가무형문화재가 된다. 문화재청은 사경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경장’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하기로 하고 김경호 씨(57)를 보유자로 인정 예고했다고 1일 밝혔다.

사경은 삼국 시대에 전래된 불교 경전을 널리 보급하기 위해 시작됐으나 8세기 중엽 이후 목판 인쇄술이 발달하면서 공덕을 쌓기 위한 방편으로 바뀌었다. 통일신라 시대인 745~755년에 제작된 ‘신라백지묵서대방광불화엄경’(국보 제196호)은 현존 최고(最古)의 사경 유물이다. 불교를 국교로 삼은 고려 시대에는 국가가 사경 전문 기관을 운영했을 정도로 사경에 당대의 문화적 역량이 집약됐다. ‘감지금니대방광불화엄경보현행원품’(국보 제235호)처럼 금가루와 은가루로 쓴 사경이 많이 제작됐다.

사경 제작은 크게 필사, 불경 내용을 그림으로 표현한 변상도(變相圖) 제작, 표지 장엄(장식)으로 구성된다. 국가적 차원의 사경 작업에는 다수의 전문가가 참여했지만 지금은 재료 준비와 필사, 그림 등을 한 사람이 모두 하고 있다. 금가루·은가루·아교 등의 재료 만들기, 종이 표면 처리와 마름질, 잇기, 선 긋기, 필사, 변상도 및 표지 그리기, 표면 처리 등 다양한 공정을 거쳐야 하므로 오랜 기간의 숙련이 필요하다. 서예·한문·불교 교리·회화에 두루 능통해야 하고, 오자나 탈자가 없어야 하므로 고도의 집중력과 체력을 요한다.

첫 ‘사경장’ 보유자로 인정 예고된 김씨는 40여 년간 사경을 하면서 강의와 서적 간행, 전시 등을 통해 사경의 중요성을 알려온 장인이다. 전통사경체를 능숙하게 재현하고 변상도 등 그림의 필치가 세밀하고 유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