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 제작된 ‘백자이동궁명사각호’.
조선시대에 제작된 ‘백자이동궁명사각호’.
해외로 유출됐던 조선 왕실 백자 항아리와 인장(印章)이 국내로 돌아왔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조선 왕실에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백자이동궁명사각호(白磁履洞宮銘四角壺)’와 왕실 인장 ‘중화궁인(重華宮印)’을 지난 3월 미국 뉴욕 경매에서 매입해 국내에 들여왔다고 19일 밝혔다.

왕실 인장 ‘중화궁인’
왕실 인장 ‘중화궁인’
두 유물의 이름에 포함된 ‘이동궁’과 ‘중화궁’의 ‘궁(宮)’은 대궐 밖에 사는 왕실 가족의 집에 붙인 이름이다. 이동궁은 정조와 수빈 박씨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자 순조 임금의 동생인 숙선옹주(淑善翁主·1793~1836)가 살던 집으로 추정된다.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구입한 ‘백자이동궁명사각호’는 19세기에 경기 광주의 분원 관요에서 만든 높이 10.2㎝의 사각형 백자 항아리다. 바닥면에 푸른색 청화(靑華) 기법으로 ‘履洞宮(이동궁)’이라는 글씨를 새겨 놓았다. 숙선옹주가 현재 서울 초동 일대인 이동으로 하가(下嫁: 공주나 옹주가 귀족이나 신하에게 시집을 감)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 이동궁은 숙선옹주의 집일 가능성이 높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본햄스 뉴욕 경매에서 구입한 ‘중화궁인’은 왕실 관련 인장으로, 국내에 소장 사례가 많지 않아 사료적 가치가 높은 유물로 평가된다. 한 변이 7.2㎝인 정사각형 인면(印面)에 전서와 해서를 혼용해 ‘重華宮印(중화궁인)’이라는 글자를 새겼다. 높이는 6.7㎝, 상서로운 짐승인 서수(瑞獸) 모양으로 손잡이를 만들었다. 중화궁은 ‘승정원일기’ ‘일성록’ ‘비변사등록’ 등에서 언급하고 있으나 현존하지는 않아 위치를 알 수 없다고 문화재청 관계자는 설명했다.

두 유물은 문화재지킴이 기업인 라이엇게임즈(한국대표 박준규)의 기부금으로 구입했다. 온라인 게임회사인 라이엇게임즈는 조선 불화 ‘석가삼존도’와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 항일의병장 김도화의 문집을 목판에 새긴 ‘척암선생문집책판’ 구입 자금도 지원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