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가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전력공사(EDF)를 17년 만에 다시 전면 국유화하기로 결정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를 타개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엘리자베트 보른 프랑스 총리는 6일(현지시간) 하원 연설에서 “정부가 보유한 EDF 지분을 기존 84%에서 100%로 확대해 완전히 국유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이 앞으로 초래할 어려움에 맞서 에너지 주권을 보장하려는 조처”라고 덧붙였다.

그는 “유럽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평화가 얼마나 취약한지 일깨워준다”며 “치솟는 에너지 가격으로 고통받는 국민을 보호하겠다”고 했다. 보른 총리는 이날 지분을 어떻게 인수하고, 언제 시행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보른 총리의 연설이 끝난 뒤 EDF 주가는 14.5% 이상 급등했다.

프랑스 경제지 레제코는 정부가 나머지 16%의 지분을 매수하려면 50억유로(약 6조6567억원)가 필요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EDF는 프랑스의 원자력발전소 건설과 운영을 도맡고 있다. 1970년대 오일쇼크가 발생하자 원자력에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사업을 확장했다.

EDF는 2005년 EDF 지분 일부를 프랑스 다국적 거래소인 유로넥스트에 상장해 부분적인 민영화를 추진했다. 기업 투명성을 제고하고 방만 경영을 견제하려는 취지에서였다. 하지만 잦은 원전 고장과 부채 증가로 신뢰도가 바닥을 쳤다. 상장 당시 주당 33유로였던 주가는 9유로(6일 기준)까지 떨어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최대주주인 정부와 민간 투자자 사이에서 갈등이 증폭됐다. 주주들이 전기 가격 인상을 요구했지만 프랑스 정부가 물가 안정을 근거 삼아 이를 거부했다. 로이터는 전기료 할인 정책 때문에 EDF에 102억유로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부채는 전년 대비 40% 늘어 610억유로(약 8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가총액인 338억유로(약 44조원)를 웃도는 수치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EDF 재국유화를 통해 갈등을 해결할 방침이다. 지분 100%를 확보해 정부가 전력 요금 통제 능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2050년까지 정부 자금으로만 520억유로(약 69조원)를 들여 원자로 6기를 신설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빚에 허덕이는 EDF에는 희소식이다.

관건은 예산 확보다. 프랑스 집권 여당은 지난달 20일 치러진 총선에서 과반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여소야대인 상황에서 500억유로에 달하는 예산안이 쉽게 통과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일부 전문가는 EDF를 상장 폐지하는 방안이 국유화를 위한 지름길이라고 입을 모았다.

오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