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 초기에 엄격한 방역으로 세계적 찬사를 받았던 대만이 글로벌 경제 전쟁도 유리하게 이끌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 보도했다.

대만에선 지금까지 총 420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사망자는 단 6명에 그치고 있다. 대부분 국가들이 전국적인 봉쇄 조치에 나서고 있지만 대만은 자유로운 이동을 허용하는 특이한 나라다. 대만의 학교와 직장, 식당, 유흥시설 등은 모두 정상 운영 중이다. 해외 관광객들이 들어오지 못하고 있으나 현지 주민들은 예년과 다름없이 자유롭게 나들이와 여행을 다니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국적인 봉쇄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대만 경제엔 큰 수혜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경제분석기관인 S&P 글로벌 레이팅스의 숀 로체 아시아태평양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 달만 경제 활동을 막아도 국가 전체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의 3%를 깎아 먹을 수 있다”며 “매우 큰 차이”라고 말했다.

대만이 초기부터 방역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 얻은 교훈이 있어서다. 덕분에 대만은 다른 나라 정부보다 몇 주 빨리 코로나19 발병지인 중국과의 국경을 폐쇄했다. 밀접 접촉자에 대한 추적도 빨랐다. 초기 코로나19를 저지하는 데 성공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도입만으로도 충분한 방역이 이뤄질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예상하는 올해 대만의 경제성장률은 -4.0%다.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훨씬 덜 심각한 수준이란 게 FT의 설명이다. 대만이 자체적으로 예상하는 경제 성적표는 더 좋다. 대만 중앙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92%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2월 대만의 소매업과 음식점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증가하는 등 각종 지표도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FT는 “초기 방역에 성공했다고 해서 이런 상태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면 안 된다”며 “유럽 및 북미 시장의 지속적인 폐쇄는 대만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