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실트론 직원들이 크기가 다른 두 종류의 웨이퍼 원판을 들어 보이고 있다.  /SK실트론 제공
SK실트론 직원들이 크기가 다른 두 종류의 웨이퍼 원판을 들어 보이고 있다. /SK실트론 제공
국내 유일의 반도체 웨이퍼 제조업체인 SK실트론이 생산량 확대를 위한 시설투자에 나선다. 매년 늘고 있는 웨이퍼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3년간 1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4대 그룹 계열사가 대선 이후 내놓은 첫 조단위 투자여서 주목받고 있다.

급증하고 있는 웨이퍼 수요

SK실트론은 16일 본사가 있는 구미국가산업단지 3공단에 3년간 총 1조495억원을 투자해 웨이퍼 공장을 증설한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지난 15일 열린 이사회에서 300㎜ 웨이퍼 증설 투자를 위한 예산안을 결의했다. 공장 증설 부지는 4만2716㎡(약 1만2900평) 규모다. 올해 상반기 기초공사를 시작해 2024년 상반기에 제품을 양산하는 것이 목표다.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도 기대된다. SK실트론은 이번 증설 투자와 연계해 1000명 이상의 직원을 새로 채용할 계획이다.

SK실트론, 1조 웨이퍼 공장 증설
장용호 SK실트론 사장은 “시장 환경 변화에 대한 정확한 예측과 민첩한 대응을 위한 도전적인 투자”라며 “글로벌 반도체 회사들과의 협업을 통한 기술 혁신으로 고품질 웨이퍼 제조 역량을 갖춰 업계 리더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글로벌 웨이퍼 시장에서 ‘빅5’로 꼽히는 SK실트론의 공격적인 증설에 주목하고 있다. 반도체 시장 확대로 웨이퍼 수요가 늘어나는 분위기에 발맞춰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 강화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회사 관계자는 “웨이퍼 수요 증가로 지난 2년간 공장을 최대로 돌렸다”며 “공장 증설 작업이 마무리되면 고객사의 수요에 대응하는 것이 한층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각국 정부도 시장 움직임에 ‘촉각’

웨이퍼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한 축을 차지하는 소재다. 지난 1월 미국 상무부가 150여 개 반도체 공급망 관련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반도체 부족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웨이퍼를 꼽았을 정도다. 웨이퍼 시장을 둘러싼 국가 간 신경전이 치열해진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독일 정부는 대만 글로벌 웨이퍼스가 자국 기업인 실트로닉을 인수하는 계약에 대해 불승인 처분을 내렸다. 자국 반도체 기술이 대만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 불승인의 이유였다.

업계에서는 5세대(5G) 이동통신, 전기차 등 반도체의 새로운 수요처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2026년까지 웨이퍼 공급이 빠듯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데이터센터를 꾸준히 늘리고 있는 것도 웨이퍼 시장이 커지는 요인으로 꼽힌다.

웨이퍼는 막대기 모양의 실리콘 덩어리인 잉곳을 가로로 얇게 자른 원판으로 반도체의 원재료다. 5개 제조사가 전체 시장의 94%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국내 기업은 SK실트론이 유일하다. 업계 1위는 점유율 31.2%(옴디아 기준)인 일본 신에츠다. 시장점유율이 10.6%인 SK실트론은 300㎜ 제품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2020년 기준 글로벌 웨이퍼 시장 규모는 112억달러(약 13조8000억원)에 달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