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조선 용선료가 미국의 셰일오일 수출 증가와 이란 등 산유국 제재 등의 영향으로 내년까지 강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해운선사와 조선사의 수혜가 예상되지만 원유를 실어 날라야 하는 석유·정유사 부담은 커진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이 지난 9월 25일 중국 국영해운사 코스코의 자회사 여섯 곳을 이란산 원유를 운송한 혐의로 제재한 뒤 하루 1만8500달러 선이던 유조선 용선료가 2주 만에 최대 30만달러까지 급등했다. 미국 제재로 운항하지 못하게 된 유조선은 약 300척, 세계 유조선의 2.8%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선료는 이후 조금씩 안정돼 지금은 하루 8만~9만달러로 낮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해운업계의 손익분기점인 하루 2만5000달러 수준을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 WSJ는 “전문가들은 용선료가 내년에도 하루 평균 7만5000달러에 달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제재가 직접적인 원인이다. 이란뿐 아니라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수송한 유조선에 대해서도 제재할 가능성이 제기되자 엑슨모빌 등 석유회사들은 베네수엘라에 정박했던 유조선에 대해 용선을 피하고 있다. 내년 1월 국제해사기구(IMO) 황산화물 규제(IMO 2020) 발효를 전후해 향후 6개월간 탈황설비인 ‘스크러버’ 설치를 위해 운항을 멈추는 유조선도 약 240대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의 원유 수출 증가 등 에너지 공급망 재편도 용선료에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의 원유 수출량은 지난 8월 하루 270만 배럴로 전년 동기(190만 배럴)에 비해 42% 늘었다. 이에 따라 유조선들은 가장 수요가 많았던 중동→극동 노선(수송일 15일)보다 훨씬 먼 미국→극동 노선(수송일 최대 50일)을 다니고 있다. 조지 라자디스 얼라이드십부킹 경영자는 “미국의 원유 수출 증가와 이란과 베네수엘라, 중국 코스코 등에 대한 제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유조선 시장에서 중기적인 용선료 상승이 벌어지고 있다”고 WSJ에 설명했다. 또 4분기 난방유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유조선 용선 수요를 증가시키는 한 요인이다.

하지만 유조선 공급은 줄어든 상태다. 현대중공업 등 세계 4대 조선소에선 올해 21척의 초대형 유조선(VLCC)을 수주하는 데 그쳐 지난 10년간 연평균 37척보다 적다. 오랜 해운업 불황과 환경 규제 강화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