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광석과 석탄, 곡물 등 건화물 시황을 보여주는 발틱운임지수(BDI)가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팬오션대한해운 등 국내 벌크선사 실적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컨테이너선이 주력인 현대상선도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을 잇달아 도입하며 벌크선 사업 확대에 나섰다.
9년 만에 최고점 찍은 벌크선 시황…팬오션·대한해운 '콧노래'
22일 업계에 따르면 영국 발틱해운거래소가 집계하는 BDI는 지난 4일 2518포인트를 기록했다. 2010년 11월 3일(2542)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올 상반기 평균 BDI(895)와 비교해도 3개월 만에 세 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BDI는 중국의 경기 침체와 브라질 최대 철광석 업체 발리의 광산 인근 댐 붕괴 사고 여파로 원자재 운송 차질까지 맞물리면서 지난 2월 601로 급락했다. 하지만 5월부터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석탄 수입량이 증가하고 중국의 남미산 곡물 수요까지 늘면서 BDI지수가 급등하기 시작했다.

BDI 상승 효과로 하림그룹 계열 벌크선사인 팬오션은 2014년 1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22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4% 늘어난 954억원을 기록했다. SM그룹 해운 부문 벌크선사인 대한해운도 상반기 76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전년보다 9.8% 증가한 수치다. 5월 이후 급등한 BDI지수가 실적에 전체적으로 반영되는 하반기에는 영업이익이 보다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내년부터 도입 예정인 국제해사기구(IMO) 환경 규제가 벌크선 업황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란 분석도 있다. IMO는 내년부터 모든 선박 연료의 황 함유량을 기존 3.5% 이하에서 0.5% 이하로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이 규제를 맞추기 위해선 선박들이 운항을 멈추고 탈황설비(스크러버)를 설치해야 한다. 스크러버 장착에는 통상 3개월 정도 걸린다. 이 때문에 선박 공급량이 줄면서 화물 운송 운임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최대 선사인 현대상선도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벌크선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일 명명·취항식을 연 ‘유니버설 빅터’호를 포함해 작년부터 5척의 VLCC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300만DWT(화물을 적재할 수 있는 톤수)였던 현대상선의 벌크선 선대 규모는 이달 430만DWT로 43% 증가했다.

현대상선이 벌크선 사업 강화에 나선 것은 주력인 컨테이너선 사업보다 안정성이 높기 때문이다. 화주와 계약에 의존하는 벌크선사는 다양한 형태의 화물을 규격화된 컨테이너박스에 담아 운반하는 컨테이너선에 비해 시장 규모가 작아 매출을 늘리기 어렵다. 대신 10~20년간 장기 운송 계약 위주여서 시황 변동성에 영향을 덜 받고 안정적인 이익을 낼 수 있다.

컨테이너선 시황을 보여주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연초보다 15%가량 하락한 800포인트를 오르내리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물동량 감소 우려가 여전한 데다 글로벌 선사들의 저가 공세 탓이다. 현대상선은 내년 4월 인도받는 2만3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12척 등 2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기대를 걸고 있다. 대형 선박으로 TEU당 운송 비용을 줄여 수익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